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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님, 조용히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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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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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직장인 이모(31)씨는 택시를 탈 때면 습관적으로 지인에게 전화를 건다. 택시기사와의 대화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다. 과거 여러 차례 택시기사로부터 ‘남자친구는 있는지’, ‘늦은 밤 어딜 가는지’ 등과 같은 사적인 질문을 받고 불쾌했던 경험 때문이다.

지난 3월 일본 교토의 운수회사 미야코택시는 택시기사가 손님에게 먼저 말 걸지 않는 ‘침묵택시’ 10대를 전국 최초로 시범 운행했다. 택시 조수석 뒤에는 “기사가 말 거는 것을 자제합니다”라고 적혀있다. 국내에서도 이와 같은 침묵택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부 강모(56)씨는 지난달 택시 기사의 정치 이야기에 곤욕을 치렀다. 택시기사는 강씨에게 “같은 또래로 보이는데 저번 대선에서 A씨를 찍었죠?”라고 물었고 이에 강씨는 얼버무렸다. 그러자 택시기사는 “빨갱이들 다 총으로 쏴버리고 싶다”는 등 강한 발언을 쏟아냈다. 강씨는 “기사님의 일방적인 이야기에 정말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 이었다”며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기만을 바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한편 상대적으로 택시기사와의 대화가 적어 앱(APP)택시만 이용하는 승객도 있다. 직장인 윤모(30)씨는 “되도록 ‘카카오 택시’와 같은 앱택시를 이용한다”며 “앱 택시는 자동으로 내비게이션이 사용돼 목적지까지 가는 방법을 두고 ‘입씨름’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연구원이 올해 2월 발표한 ‘앱택시 활성화 따른 택시 운행행태의 변화와 관리방안’에 따르면 앱택시 이용 승객의 약 35%(중복응답)는 ‘위치를 설명할 필요가 없어서’ 등 택시기사와 대화를 나눌 필요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앱택시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반면 택시기사들은 “정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서울에서만 30년째 택시를 몰고 있는 기사 이모(60)씨는 “지나치게 말이 많은 기사들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길이 많이 막힐 때는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면 시간이 금방 가는 등 좋은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택시기사는 “먼저 말을 걸거나 하소연을 늘어놓는 승객도 많다”며 “일부 택시를 지정해 ‘침묵택시’로 만드는 건 정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침묵택시 도입과 관련해 서울택시운송사업자조합 관계자는 “과거 여성안심 택시인 ‘핑크택시’를 운영했었는데 몇 대 도입되지 않아 사실상 효과가 없었다”며 “침묵택시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택시기사의 교육 등을 통해서 풀어갈 문제이지, 특정 택시를 침묵택시로 만드는 것은 불필요한 조치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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