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에 가해자도 극단적 선택, 전문가들 "사법당국 적극 개입 필요"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최근 남편이 아내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이 같은 ‘가족 살해’ 범행이 매년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서로를 누구보다 보듬고 아껴줘야 하는 가족들이 오히려 ‘분노 범죄’의 표적이 되고, 그 고통은 남은 가족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지난 20일 오후 2시11분께 경기 화성의 한 아파트에서 A(42)씨가 아내 B(39)씨를 흉기로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내에게 따로 만나는 남자가 생겼다고 의심한 A씨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벌인 일이었다.
같은 날 오후 3시49분께 충북 충주에서는 아내와 말다툼을 하던 C(53)씨가 아내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하고, 자신도 화장실에서 목을 맸다. 또 울산에서는 부부싸움을 하다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된 A(56)씨가 자해를 시도해 중태에 빠지기도 했다.
▲‘가까워서’ 표적…살인 범죄자 10명 중 3명은 ‘가족’ 살해
그럼에도 가족 살해는 매번 이어지고 있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2016 범죄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발생한 958건의 살인사건 가운데 범죄자-피해자 사이가 ‘친족’인 경우만 29.2%에 달했다. 이는 타인(25.0%)이나 이웃·지인(16.8%)을 상회하는 수치다.
이처럼 가족 살해 범죄가 많은 이유로는 오히려 가장 가까운 사이이기 때문에 표적이 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한 일선 경찰서 형사과장은 “유산이나 치정 등 특별한 사연이 얽히지 않은 가족 살해 사건은 상당수가 평소의 다툼에서 비롯된다”며 “더 자신을 이해해줄 것이라고 생각한 가족들에게 모욕과 비판을 당한다는 생각에 극심한 배신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법당국 ‘적극적 개입’ 필요
전문가들은 가족 살해 범죄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범행에 앞서 불화나 폭력 등 그간 쌓여온 전초가 순간 ‘끔찍한 결과’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에 가족 회복이 우선이긴 하지만, 이미 상황이 돌이킬 수 없게 된 경우 사법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전문상담센터와의 연계는 물론, 그 정도가 심할 경우 가족 간 격리조치 등 경찰 등 사법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한 관련 법규 정비 등이 신속히 진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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