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들 "마진 낮아 남는 장사 아니야"…결국 2부시장 입찰 유찰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알뜰주유소 유류 공급사로 선정돼도 정유사들은 '승자의 저주'에 빠질 것이란 우려를 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와 농협경제지주가 주관하에 14일 오후 4시30분 서울 중구 에이스타워에서 진행된 알뜰주유소 2부시장 유류공급자 경쟁입찰이 결국 유찰된 것만 봐도 알수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찰 이유에 대해 "휘발유, 경유 각각 복수업체가 입찰을 하긴 했지만 유찰이 됐다"며 "주관사가 생각하는 기준 가격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조만간 입찰 공고 다시 날 것"이라고 밝혔다. 2부시장 입찰 전인 오후 3시에 진행됐던 1부시장 입찰에서는 중부권은 현대오일뱅크, 남부권 SK에너지가 각각 낙찰됐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산업이란 특성 탓에 이번에도 정부 눈치가 보여 입찰을 했지만 알뜰주유소의 존재 이유는 재논의해할 필요가 있다"며 "제휴사 할인까지 되는 셀프주유소에 비해 기름값이 저렴한지 의문인데다 정부의 시장개입 논란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정유사로선 정부 눈치를 보자니 입찰에 빠질 수도 없고, 일반 주유소보다 알뜰주유소 공급 마진이 낮아 정유사들 입장에서 '남는 게 별로 없는 장사'인 셈이다.
알뜰주유소 선정 방식은 최저가 입찰제다. 1부시장 입찰자들은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거래되는 휘발유나 경유 월평균 가격에다 '최소한'의 유통마진을 포함한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 2부시장에서는 싱가포르 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을 써내야 한다. 싱가포르 가격 기준으로 몇% 더 받겠다, 덜 받겠다는 식으로 입찰가격을 써낸다.
정유사 관계자는 "알뜰주유소에 납품하는 석유제품은 2년 동안 계약조건대로 공급해야 해 유가변동에 대응하지 못한다"며 "자체주유소 공급, 해외수출 마진보다 알뜰주유소 마진 수준이 낮다"고 털어놓았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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