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기한 있을 이유 없어… 선량한 퇴직자도 잠재적 범죄자로 모는 것"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소속 공무원들과 퇴직 2년 미만인 전직 공무원들 간의 만남을 금지한 데 대해 전국시도교육청 일반직공무원노조(전일노)가 반발하고 나섰다. 퇴직 선배의 부정 알선 및 청탁은 기한에 관계없이 일어나는 만큼 오히려 선량한 퇴직공직자들의 자유를 침해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20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일노는 최근 성명을 통해 "청렴도 향상 정책은 환영하지만 선의의 피해자는 없어야 한다"며 서울교육청의 정책을 비판했다.
하지만 직무와 관련해 접촉 자체를 막는 것은 퇴직공직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해 명예훼손의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조채구 전일노 사무총장은 "주로 과거에 같은 비위로 해직이 됐거나 파면이 된 사람들이 연금 등의 제한이 생겨 이 같은 비위를 퇴직 후에도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을 접촉을 엄정히 가려내 대처하지 않고 애매모호한 기한을 주는 것은 다른 선량한 퇴직자들을 모두 잠재적 범죄자로 모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육청 산하기관에서 근무했던 한 퇴직공무원은 "비슷한 시기에 그만 둔 이들 사이에선 '2년 지났으니 우리는 만나도 괜찮은 것이냐'는 얘기까지 한다"며 "굳이 연한을 둔 것은 오히려 취지에 어긋나는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의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할 경우 오히려 코끼리를 더욱 생각한다'는 주장처럼 역효과가 예상된다는 의미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퇴직공무원의 접근조차 차단하는 것이 인권 침해라는 비판이 있다는 것은 인식하고 있다"며 "다만 2년 간 접촉 금지, 퇴직공무원 관련업체와 2년 간 수의계약 금지 등은 큰 틀에서 분위기를 바꿔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청렴도 제고를 위한 정책 자체는 타당해 보이지만 보완책도 필요하다"며 "헌법이 정한 개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지 않는지, 타 공무원 퇴직자와의 형평성 문제는 없는지, 역량을 갖춘 퇴직공무원의 역량을 사장시킬 우려는 없는지 등을 따져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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