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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Eye] ‘애물단지’ 필로티, 프랑스 건축가 숨결이 담긴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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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부동산 Eye’는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분석하고 주목할 만한 사건이나 장면을 조명하는 연재 기획물입니다.

15일 포항 지진으로 붕괴된 필로티 구조 건물의 기둥/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15일 포항 지진으로 붕괴된 필로티 구조 건물의 기둥/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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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건축물의 내진성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라.” 지난 22일 경북 포항 지진피해 현장을 방문한 이후 손병석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현장수습지원단’ 책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필로티(Pilotis) 형식으로 지은 원룸 건축물 등을 돌아본 뒤 지시한 내용이었다. 포항 지진이 발생한 지 열흘이 됐지만 충격파는 가시지 않았다. 피해금액 얼마, 피해인원 몇 명 등 숫자로 된 피해양상보다 충격으로 다가온 것은 한 장의 사진이었다.
필로티 구조로 지은 다세대 주택은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위태롭게 서 있었다. 실제 붕괴 위험이 있는지는 정밀 진단이 필요하지만 지진 이후 반으로 쪼개지고 앙상한 철근을 훤히 드러낸 필로티 주택의 상황은 걱정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필로티가 관심의 초점으로 등장한 까닭은 남 얘기로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시내 등 주요 도시의 신축 주택은 필로티 구조로 지은 건물이 적지 않다. 1인 가구 시대를 맞아 원룸형 주택을 새로 짓는 경우가 많은데 1층은 대부분 필로티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포항 지진 사진=아시아경제 DB

포항 지진 사진=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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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의 ‘국토용어사전’에 따르면 필로티 구조는 일반적으로 지상층 기둥, 내력벽(耐力壁) 등 하중을 지지하는 구조체 이외의 외벽, 설비 등을 설치하지 않고 개방한 구조를 말한다.
필로티 구조로 된 부분은 주차장 등으로 사용할 경우 공동주택의 바닥면적에 산입(算入)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또 건축물 1층에 필로티가 설치될 경우 가로구역별 최고높이 제한과 일조 확보를 위한 건축물 높이 제한 산정 시 필로티 층고를 제외하게 돼 있다.

필로티 구조가 널리 활용하는 이유는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때문이다. 주택건설기준규정 제27조(주차장)는 주택규모별 전용면적에 따라 주차장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의 경우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은 75㎡당 1대 이상의 주차장을 설치해야 한다. 전용면적 85㎡ 초과 주택은 65㎡당 1대 이상의 주차장을 설치해야 한다. 지역에 따라서 기준은 조금씩 다르지만 주차장을 최소 1대 이상 마련해야 한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원룸 형식의 다가구 주택을 신축할 경우 전용면적에 맞는 주차장을 설치해야 하는데 건축비 부담이나 협소한 공간의 문제 때문에 지하 주차장을 만들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 활용되는 게 필로티 구조다.

1층은 주차장과 관리실, 엘리베이터 공간 등으로 사용하고 2층 이상부터 거주용 공간을 마련하는 형식이다. 문제는 필로티 구조가 지진과 화재 등에 취약한 구조라는 점이다. 필로티 구조의 문제가 불거진 것은 포항 지진 피해가 처음은 아니었다.

2015년 1월10일 화재로 134명의 사상자를 낸 의정부의 한 도시형 생활주택

2015년 1월10일 화재로 134명의 사상자를 낸 의정부의 한 도시형 생활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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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10일 경기도 의정부 대봉그린 아파트 화재로 5명이 사망하고 100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 1층에 세워 놓은 오토바이에서 불이 시작돼 큰 화재로 이어졌다. 필로티 구조의 경우 외부 마감재에 대한 규정이 없어 1층 주차장 화재가 위층으로 번지는 역할을 했다는 게 당시 전문가들의 분석이었다.

포항 지진처럼 예상하지 못하는 재해에도 취약하다. 필로티 구조는 몇 개의 기둥이 건물을 떠받치는 형식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충격이 집중될 수 있다. 서울시 ‘건축물 내진 기능 자기점검’ 자료에 따르면 필로티 구조는 지진에 취약한 대표적인 구조다.

국토부는 필로티 구조를 둘러싼 우려를 고려해 대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포항지진으로 인해 제기되고 있는 필로티 건축물의 구조취약성, 부적정 설계, 부실시공 등 필로티 건축물의 피해에 대한 근본원인을 전문가를 통해 심층 분석하고 기술연구 등을 거쳐 제도 보완대책도 강구 하겠다”고 말했다.

포항 지진 이후 필로티가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지만, 역사를 살펴보면 현대 건축의 이론적 숨결을 불어넣은 것으로 평가받는 건축가인 ‘르코르뷔지에’로 거슬러 올라간다.

르코르뷔지에는 1887년 스위스에서 태어나 1965년 프랑스에서 세상을 떠난 건축가다. 국제주의 건축의 제1세대로 여러 저서를 쓴 인물이다. 유럽, 인도, 러시아, 미국 등에 여러 건축물을 세운 도시계획가다. 거친 마감 콘크리트 사용을 연구한 최초의 건축가로 평가받는다.

르코르뷔지에가 제창한 건축양식이 바로 필로티 구조다. 현대 건축에서 필로티 구조는 널리 쓰이는 것은 물론이고 하나의 스타일로 인정받고 있다. 르코르뷔지에가 1932년 프랑스에 스위스 학생회관을 설계하며 도입한 방법이 바로 필로티 구조다.

스위스 학생회관을 설계는 1932년도에 이뤄졌다. 세계 건축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르코르뷔지에가 85년 전 독창적인 감각으로 탄생시킨 작품, 필로티 구조는 그런 역사를 지녔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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