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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文정부 경제정책…지남차(指南車)를 치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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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경제부장

박성호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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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최근 정부의 경기판단을 보면 고빗사위에 처한 듯 하다. 너무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다.

정부는 수출 호조를 근거로 내수만 뒷받침되면 어떻게든 경기가 본격적인 반등세를 탈 것으로 기대한다.
그래서 추가경정예산에 목숨을 건 형국이다. 재정으로 공공기관 일자리 등을 늘려 소득을 증가시키면, 그러니까 지갑에 돈을 넣어주면 소비가 늘 것이란 경제원론에 대한 확신에 따른 정책이다.

과연 이 정책적 판단이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저출산ㆍ고령화 사회로 달려가는 대한민국 정부에서 나온 것일까 라는 의구심마저 든다.

차라리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의 전례가 없었다면 이해 가능한 수준이다. 뻔히 이웃나라의 상황을 지켜보고도 이 정도 정책으로 경제를 살리려 한다니 답답하다.
정부가 가장 믿는 구석인 수출증가는 과연 경기회복의 한 축일까. 일본의 사례로 보면 암울하다.

일본이 장기 저성장에 빠진 2000∼2007년 수출은 오히려 70% 증가했다. 2004∼2007년에 세무신고된 개인소득은 거품시대에 준하는 수준까지 증가했다.

그렇다면 소비가 늘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심지어 일본 국내 신차등록대수는 20% 이상 줄어버렸다.

그 당시에는 실감하지 못했지만 돌이켜보니 이유는 간단했다.

일본은 1970년 고령화사회 진입 이후 24년 만에 고령사회에 들어섰다. 또 12년 후인 2006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나이가 들면 소비는 당연히 줄어든다.

언제 내가 죽음을 맞이할지 모르기 때문에 병원비와 생계비로 저축해 놓는다.

일본의 과거는 한국의 현실이자 미래이다.

올 1분기 장롱예금이라고 불리는 가계현금자산이 70조원을 돌파했다. 역대 최대규모다. 이 자산은 예금과 보험, 주식, 채권 등에 넣은 돈을 빼고 순전히 현찰로 들고 있는 예금이라서 장롱예금이라고 불린다.

총 저축률(국민총처분가능소득-최종소비지출)도 올 1분기 36.9%로 외환위기였던 1998년 3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당연히 올 1분기 소비는 0.4%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축 증가는 경상수지를 확대시킨다. 하지만 이는 양날의 칼이다.

일본 저축률은 1992년 가처분소득의 15%에 달하며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2%대로 급락했다. 가장 큰 이유는 65세 이후부터 저축해 놓은 돈을 꺼내 생활비로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또한 한국의 미래다. 2015년 현재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은 전국평균 12.8%다. 일본의 버블이 한창 부풀어졌던 1992년 일본 고령자 비중과 비슷하다.

그나마 일본 경제가 반짝했던 때가 있었다.

2003∼2007년 사이 연평균 약 2%대의 성장률을 올렸다. 이를 이끈 사람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자민당)였다. 그는 5년간 국가공무원을 5% 이상 삭감하고 10년 동안 공무원 인건비를 50% 낮추기 위한 정책을 추진했다.

특히 수도권 투자 규제 등 기업활동을 가로막는 1000건 이상 규제를 3년간 철폐했다. 공공부문 개혁이 기업을 되살려 금융을 안정시키는 선순환 기초를 다진 것이다.

그러나 고이즈미 개혁은 실패했다. 소득과 고용, 의료, 교육의 양극화와 지역 간 격차 확대를 지적한 민주당의 포퓰리즘 정책이 국민에게 인기를 끌면서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문재인 정부는 공무원을 늘리겠다고 한다. 최저임금을 단 3년 이내에 1만원으로 올릴 방침이다. 규제를 없애기보다는 가격통제에 혈안이고 국민 지지를 내세워 탈원전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선언을 해버렸다. 고이즈미 정책과 정반대다.

일본 시니어 비즈니스 전문가 무라타 히로유키는 "타임머신을 타고 22년 전 일본으로 돌아가면 지금의 한국 모습이 보인다"고 했다. 현상이 비슷하다고 결과까지 같아서는 안 된다.

당장에라도 정부는 지남차(指南車)를 치워버려야 한다. 특정 방향만 가리키는 마차는 필요 없다. 국가의 몰락을 막기 위해서라면 동서남북 어디라도 달릴 수 있어야 한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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