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집값이 정부 규제를 비웃듯이 오르고 있다. 지난달 8·27 부동산 대책에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신규 지정된 9개 지역 가운데 6곳의 집값이 규제 시행 이후 오히려 상승 폭이 커졌다. ‘규제=집값 상승’이라는 등식이 시장에서 공식화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8·27 대책에서 투기지역으로 추가 지정된 서울 종로·중·동대문·동작구 가운데 동작구를 제외한 3곳은 아파트값 상승세가 가팔라지거나 동일 수준을 유지했다. 종로구 아파트값 상승률은 지난달 27일 0.25%에서 이달 10일 0.26%로 확대됐다. 중구 역시 같은 기간 0.35%에서 0.37%로 오름 폭이 커졌다. 동대문구는 0.34%로 대책 시행 전과 같은 오름세를 이어갔다. 동작구의 경우 아파트값 상승 폭이 0.65%에서 0.41%로 내려가긴 했지만 여전히 신규 투기지역 가운데 가장 높은 오름세다.
8·27 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에 이름을 올린 광명·하남도 비슷한 상황이다. 광명은 아파트값 상승률이 지난달 27일 1.05%에서 지난 10일 0.89%로 축소됐지만 여전히 서울의 두배 수준 오름세를 보였다. 하남의 경우 이 기간 아파트값 상승 폭이 0.45%에서 0.78%로 0.33%포인트 확대됐다.
감정원 관계자는 “정부 대책 이후 매수 문의는 소폭 줄었지만 대부분 지역에서 매물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개발 호재가 있거나 저평가된 단지를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여전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8·27 대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대다수 시장 전문가들이 8·27 대책이 나온 직후 그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내놨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서울 전역이 투기지역이 된다고 해도 큰 의미가 없다”며 “정부 규제가 나오면 오히려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집값이 더 많이 오를 것이란 시그널(신호)을 주기도 한다. 오히려 규제 지역으로 수요가 몰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9·5 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분당은 그 뒤 집값이 더 올랐다. 성남 분당구 집값은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1년간 12.17% 뛰어 전국에서 유일하게 10%대 오름세를 나타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기 전 1년간 분당 집값 상승률은 4.40%였다. 투기과열지구 지정 이후 오름 폭이 세배가량 커진 것이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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