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움직이는 서울 주택시장…거래량·가격 동반 상승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지난 4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 이후 극심한 거래절벽에 내몰렸던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부동산시장이 전통적인 비수기인 7월에 접어들었지만 강남 일대 급매물이 소진되고 매수 문의가 조금씩 감지되는 분위기다. 거래량이 조금씩 회복되면서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 아파트값도 3개월여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20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날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는 총 3552건으로 일평균 187건을 기록했다. 지난달 일평균 161건(총 4817건)으로 바닥을 찍었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회복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 1만3828건(일평균 446건)으로 올해 들어 정점을 찍었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행된 4월부터 급감하기 시작했다. 4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220건으로 전달 대비 반토막이 났다. 이후에도 감소세를 이어가며 지난달에는 5000건 아래로 내려갔다.

강남4구도 회복세다. 이달 들어 19일까지 강남4구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470건으로 일평균 25건을 나타냈다. 지난 2월 일평균 100건(총 2795건)으로 올 들어 최고치를 찍은 뒤 지난달 일평균 23건(총 684건)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매매시장이 꿈틀대면서 아파트값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강남4구 아파트 매매가격 주간 변동률은 지난 16일 기준 0.01%를 기록했다. 지난 4월 둘째주 이후 줄곧 내림세를 보이다가 15주 만에 오름세로 전환한 것이다. 송파구는 지난주 -0.06%에서 이번주 0.04%로 상승 반전했다. 서초ㆍ강동구는 보합세(0%)에서 각각 0.01%, 0.05% 오름세로 돌아섰다. 다만 강남구는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0.05% 하락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지난달 매주 0.1% 안팎의 내림세를 나타냈던 점을 감안하면 하락 폭은 줄었다. 강남4구 아파트값이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이번주 0.1% 오르며 지난주(0.08%)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이처럼 최근 서울 아파트 거래량과 집값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지난 6일 정부가 내놓은 보유세 개편안이 시장의 우려보다 강도가 약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이 바닥을 찍고 회복세로 진입했다는 기대감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부동산시장이 계절적 비수기인 데다 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회복세로 평가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워낙에 적었다"며 "이달 들어 거래량이 조금씩 늘고는 있지만 계절적 비수기인 만큼 거래량이 본격적으로 살아날지 여부는 가을까지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연 감정원 부동산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올 하반기 서울 주택 매매시장은 개발 호재가 있거나 저평가된 지역을 중심으로 국지적인 상승세를 이어나갈 것"이라며 "다만 전체적인 상승 여력은 상반기에 비해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