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1번지' 서울 강남 집값 떨어지는데…여전히 뜨거운 강북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서울 강남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강북 집값은 여전히 견조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강북 뉴타운 아파트 분양권은 분양가 대비 5억원가량의 웃돈(프리미엄)이 붙었다. 강남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분양가 대비 웃돈 5억원이 강북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3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21일까지 최근 한달간 서울 강남지역은 0.05% 올랐다. 같은 기간 강북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0.25% 상승해 오름 폭이 강남의 5배에 달했다.

서대문구는 0.62%로 서울 시내에서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성북구(0.52%)와 중구(0.51%)도 0.5%대의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마포구(0.43%)와 동대문구(0.40%)ㆍ강북구(0.38%)ㆍ은평구(0.36%)ㆍ중랑구(0.33%)ㆍ용산구(0.31%)도 평균 이상 오름 폭을 나타냈다.

이 기간 전국 아파트값은 0.15% 하락했고, 지방은 0.33% 떨어졌다. 특히 국내 부동산 1번지로 불리는 강남구는 최근 한달 새 아파트값이 0.20% 내려갔다. 강남4구 기준으로는 0.16% 하락세를 나타냈다. 정부의 부동산시장 규제의 타깃인 강남 집값이 이처럼 꺾인 상황에서 강북 집값이 오름세를 보이자 '부가 강남에서 강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의 잇단 규제로 강남 재건축시장이 죽자 강북 재개발지역 집값이 뛰고 있다는 것이다.

2016년 12월 입주한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뉴타운 'e편한세상신촌' 아파트는 현재 전용면적 59㎡가 10억원대, 전용면적 84㎡가 13억원대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분양가가 각각 5억9000만원, 7억3000만원 정도였던 점을 감안하면 분양가 대비 4억~6억원가량 오른 것이다. 2015년 분양 당시 분양가가 비싸다는 논란이 일고 일부 미계약도 발생했던 것과 대조적인 상황이다.

다음달에는 서울 시내 알짜 아파트 단지의 분양권 전매 제한이 대거 풀리면서 강북 집값 상승세에 불을 지필 전망이다. 서울 마포구 대흥동 '신촌그랑자이'를 비롯해 양천구 신정동 '목동파크자이', 성북구 석관동 '래미안아트리치', 서대문구 연희동 '연희파크푸르지오', 관악구 봉천동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 종로구 무악동 '경희궁롯데캐슬'이 해당 단지들이다. 목동파크자이와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 아파트를 제외한 4개 단지가 강북에 자리하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해당 단지들은 현재 호가가 분양가 대비 4억~5억원가량 오른 상태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 단지들은 정부가 2016년 11ㆍ3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이후 분양한 아파트다. 정부는 11ㆍ3 대책에서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강남4구의 경우 6개월에서 소유권 이전 등기 시까지로, 강남4구 외 지역은 6개월에서 1년6개월로 강화했다. 지난해 8ㆍ2 대책에서는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모두 소유권 이전 등기 시로 강화됐지만 8ㆍ2 대책 전에 분양한 단지들은 기존 규제를 따른다.

청약시장에서도 강북 뉴타운 단지들이 인기몰이 중이다. 지난달 서울 마포구 염리3구역을 재개발해 분양한 '마포프레스티지자이'는 평균 49.98 대 1의 높은 1순위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고 경쟁률은 292.33 대 1에 달했다.

부동산시장 관계자는 "전매제한이 풀리는 단지를 기다려 온 매수자들이 많다"며 "6월 알짜 단지의 분양권 전매 제한이 대거 풀리면서 꽁꽁 얼어붙었던 분양권 거래시장에 활기가 돌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