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국정농단' 재판에서 변수로 떠오른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증언에 대해 정씨의 돌출행동이냐, 아니면 고도로 기획된 전략에서 나온 발언이냐를 놓고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재판에 정씨가 증인으로 출석하자 최씨와 정씨를 함께 담당하는 변호인단은 즉각 "변호인과 사전에 상의 한 바 없었다"며 반발했다.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검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며 '국정농단' 사건 관련자 중 유일하게 석방된 것을 고려하면, 정씨 역시 어머니인 최씨와 갈라서고 장씨와 같은 길을 걷기로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정씨의 증언은 최씨가 정씨만이라도 살리기 위해 기획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우선 정씨는 지난 5월 귀국 직후 공항에서 장씨의 행동에 대해 "용서 받을 수도 없고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며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지만 불과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본인의 말을 뒤집는 행동을 한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검찰과 특검이 최씨에게 적용한 이화여대 입시ㆍ학사비리와 삼성 승마지원 등의 범죄사실이 모두 최씨가 정씨를 위해 진행한 일인데, 정씨가 이를 무시하고 혼자만 살기 위해 최씨와 갈라섰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해석이다.
최씨가 이미 이대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뇌물 등 다른 혐의에서도 처벌을 피하기 힘들다고 판단되자 정씨만이라도 구속을 피할 수 있게 이 같은 갈등을 꾸며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정씨가 법정에서 증인으로 출석하게 된 경위를 묻는 질문에 "만류가 있었지만 나와야 된다고 생각했다"고 한 부분이나, 변호인들이 사임의사를 밝히는 것들이 정씨에 대한 여론의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한 목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