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위한 '新프레퍼족' 분석도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전투기 소리가 계속 나는데, 너무 불안하네요."
지난 23일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에서 규모 3.2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의 반응이 대표적이다. 이달 초 있었던 6차 핵실험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북한이 7차 핵실험에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인터넷 등을 중심으로 급속히 퍼졌다. 기상청이 '자연지진'이라고 발표했음에도 불안감은 계속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 판' 10대 이야기 게시판에는 "강원도에 사는데 주말 밤늦은 시간에 비행기 소리가 3~4번 연속으로 났다"며 "안 그래도 핵ㆍ미사일이나 북한 얘기가 뉴스에 많이 나오는데 불안해서 새벽까지 잠을 설쳤다"는 글이 올라왔다. 또 다른 누리꾼은 "한반도 주변국들이 모두 전쟁을 원하는 것 같아 더 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회사 사원 A씨는 "처음에는 좀 황당했는데, 최근 뉴스를 보면서 가끔 '진짜 전쟁이 나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한 적이 있어서 집에 전쟁가방 하나쯤 있으면 나쁠 거 없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에 다니는 다른 사원은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회사의 익스트림 추석 선물'이라며 가방에 담긴 물품의 사진을 찍어 올리기도 했다.
한반도 안보 불안에 더해 지진·테러 등 지구촌 곳곳에서 안전 문제가 부각되면서 전쟁가방이나 생존배낭 같은 비상품을 준비하는 시민이 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보면 지난 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한 직후에 '전쟁이 날까 봐 불안하다'며 생존배낭을 구매하거나 직접 전쟁가방을 준비한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1950~1960년대 냉전 시기에 '언제 전쟁이 날지 모른다'면서 식량을 사 모은 '프레퍼(prepper·생존주의)족'에 빗대 '신(新)프레퍼족'이 등장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접경지역 및 군부대 인근 주민들은 연이은 북한의 도발 소식에 초조해하면서도 의연한 반응을 보였다. 경기도 포천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천모(47)씨는 "북한의 도발이 하루이틀 일은 아니지만 최근 분위기를 보면 심상치 않은 것 같다"면서도 "정부와 우리 군을 믿고 힘을 실어줄 때"라고 말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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