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단순 판매보단 기술이전"…교역확대에 관심
朴, 2일 54년만의 정상회담…MOU 다수 체결 예정
[테헤란=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수교 54년 만에 첫 정상급 외교이벤트를 성사시킨 한국과 이란이 양국관계 비전을 두고 서로 다른 꿈을 꾸고 있다. 한국은 세계 경기침체의 타격을 만회하기 위한 '대안시장'으로 이란을 바라보는 반면 이란은 기술이전과 고용창출, 원유수출 확대 등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런 호의적 반응은 경제제재 해제 이후 국가발전을 도모하려는 이란 국민의 열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 언론들은 특히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박 대통령 도착 전 밝힌 '양국 교역 규모 300억달러 확대' 발언에 주목했다. 한ㆍ이란 교역은 2011년 174억달러에서 지난해 61억달러로 급감했다.
김승호 주이란 대사 역시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이란 전자제품시장은 삼성과 LG가 양분하고 있는데, 이란을 제품 판매처로만 바라보는 데 반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은 합작법인 설립 등을 통한 기술이전 압박을 받고 있으며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선 이런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이란 달래기에 나섰다.
이란은 특히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한국의 이란 원유 수입량은 경제제재로 급감했지만 최근 증가세에 있다. 원유판매 대금을 이란에 송금할 수 없는 문제도 양국 경제협력 확대를 위해 해결해야 할 장애물로 이란 측은 꼽는다.
한편 한ㆍ이란 교역확대는 유사한 시장구조를 가진 사우디아라비아 입장에서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중동의 두 맹주이자 앙숙인 사우디ㆍ이란 관계를 고려한 전략외교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현재 사우디 언론들은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 사실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2일 오전 한ㆍ이란 정상회담, 오후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의 면담 등 소식이 전해지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테헤란(이란)=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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