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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에세이] 감기 걸렸다고 했더니 '레몬티' 준 러시아 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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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에서 준 레몬티 약 [사진=김형민 기자]

약국에서 준 레몬티 약 [사진=김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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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러시아월드컵에 온 각국 기자들 사이에서는 최근 기침소리가 많이 들린다. 많은 도시를 이동해서 그럴 테다. 러시아는 땅이 넓어 도시마다 기후도 다 다르다. 크게는 12도까지 차이 나고 일교차가 큰 하루도 많아 감기 걸리기 딱 좋다.
나 역시 감기 걸린지 일주일이 다 돼 가는 것 같다. 내 감기는 크게 5단계다. 먼저 목이 붓고 그 다음 가래가 생기고 다음은 코가 막히고 기침, 마지막은 발열이다. 최근 열이 좀 있었으니 이제 끝나가는 단계인 것 같다. 아픈 일로 글을 쓸 수 있다는 것도 내가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듯하다.

감기가 대략 2단계쯤 갔을 때 초기에 잡아야겠다고 생각해 러시아 약국에 갔다. 시간이 많지 않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니즈니노브고로드로 이동하던 중 공항에 있는 약국을 들렀다. 비상약을 챙겨오긴 했지만 부족할 것 같아 러시아에서 약을 구입하기로 했다.

약국에 여자 약사는 러시아 사람들의 퉁명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일단은 영어로 "감기에 걸렸다"고 말한 뒤에 스마트폰을 꺼내 러시아어 어플을 켰다. 의사나 약사에게는 내 상태를 정확히 알려줘야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나름의 철직이 있어, 러시아어로 알려주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우리말로 "목이 부었고 기침도 나오려고 그래요"라고 쓰고 번역해서 보여줬다. 퉁명스럽던 약사는 바로 약을 하나 꺼내서 "이거 하루 한포씩 먹으라"며 계산해줬다.
레몬티 약은 가루로 되어 있었다 [사진=김형민 기자]

레몬티 약은 가루로 되어 있었다 [사진=김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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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약국 [사진=김형민 기자]

러시아 약국 [사진=김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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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통을 보니 누가 봐도 이건 레몬티였다. 안에는 가루로 되어 있고 따뜻한 물에 타서 마시라고 설명서에 쓰여 있었다. 웃음이 났다. 보통 우리나라 약국이나 병원을 가면 주사를 놓고 알약, 가루약을 타서 가져간다. 단순한 감기인데도 먹으면 잠이 올만큼 강한 약을 여러개 넣어서 주는 것이 보통이다. 위장약까지 따로 챙겨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다른 것 같았다. 3일 후에 시내에 있는 다른 약국에 가서도 약사의 처방은 같았다. 그도 다른 레몬티를 줬다. 약국을 좀 둘러보니 레몬티 외에도 풋사과 등 과일을 갈아서 만든 듯한 가루약이 많이 보였다.

감기약은 정말 따로 없다고들 많은 전문가들이 말했다.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로도 이 사실은 많이 반영됐다. 한번은 핀란드 등 북유럽쪽 의학전문가들이 우리나라 감기약 구성을 보고 "필요 없는 약들 투성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아플 때는 한번에 나을 수 있게 하는 약이 간절하지만 현실에는 없다. 자연스럽게 낫는 것이 더 좋다고들 한다.

우리 축구대표팀의 상처는 어떨까. 대표팀은 지난 18일(한국시간)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스웨덴에 0-1로 진 이후 후유증에서 벗어나려 노력하고 있다. 아직 월드컵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멕시코, 독일 등 다른 강팀들과 좋은 경기를 하기 위해서는 정신 회복이 필수다.

대표팀은 지난 19일 스웨덴과의 경기 후 첫 훈련을 했다. 조금은 차분하게, 한편으로는 조용하게 멕시코전 준비에 돌입했다. 스웨덴전 패배로 조별리그 운영 구상에 차질이 생긴 가운데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 등 코칭스텝들은 이날 아침에 회의를 하고 저녁때 선수들과 미팅을 했다. 1패를 안고 나가는 멕시코전은 반드시 이겨야 16강행 불씨를 살릴 수 있다. 상처는 빨리 나아야 하는데 대표팀도 뚜렷한 처방전이나 약은 없다. 멕시코와의 일전까지는 4일 남았다. 이 짧은 시간이 해결해줄까. 아니면 대표팀이 분위기를 바꿀 처방전을 찾아낼 수 있을까.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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