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론이 등장한 건 지난해 12월이다. 4분기 지표가 악화되고 2017년에는 더 심할 것이라는 경제전망이 연이어 나왔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추경을 권고했다. 다음해 예산이 통과된 지 나흘만이었다. 정치권 역시 조기추경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목소리를 키웠다. 올해 들어서는 '4월 위기설'이 유포ㆍ확산되며 추경 가능성을 높이기도 했다.
주요 경제연구소들이 입을 모아 '1분기 실적이 암울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생각보다 결과가 나쁘지 않았다. '슈퍼사이클'을 맞은 반도체 수출증가에 석유화학이 호황을 맞았고, 이와 맞물려 관련 설비투자도 증가했다. 내수는 여전히 침체된 수준이지만 소비심리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암울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경제 관계기관들이 입장을 선회했다. 한국 성장률을 하향조정해온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전망치를 2.5%까지 높였고, 한국경제연구원은 전망치를 2.1%에서 2.5%로 올렸다. 추경론을 내세웠던 KDI 도 곧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조정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반짝' 지표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지만, 그간 비관론이 우세였던 만큼 당분간은 경기가 예상회의 호조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3월 취업자 수 증가폭이 15개월만에 최대를 기록했으며, 한국은행이 오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4월 위기설ㆍ북폭설 등 여러 '설(說)'들이 나돌며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지만 명확한 실체가 없는 점도 추경이 실행되기 힘든 이유다. 기재부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추경이 결정된 것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귀띔했다. 브렉시트급 대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추경 편성은 어렵다는 뜻이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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