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27일 뇌물수수ㆍ직권남용 등 혐의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건 박 전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법리상의 근거를 충분히 확보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특히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한 증거 및 단서를 나름대로 충분히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이 받는 뇌물수수 혐의의 뼈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승계와 관련한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공모해 이 부회장으로부터 뇌물 430억여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부회장을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박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피의자로 입건해 검찰에 이첩했다.
이 돈의 목적은 최종적으로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를 향한 것이었다는 게 특검이 세운 논리다. 전제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이익을 공유하는 사실상의 '경제공동체'라는 판단이었다.
검찰 역시 특검의 수사기록을 검토하고 박 전 대통령 소환조사와 최씨 등에 대한 추가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이 같은 논리를 바탕으로 박 전 대통령의 혐의를 세우는 게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뇌물혐의는 돈이 오간 사실 외에 여기에 담긴 대가관계나 직무관련성이 모두 입증돼야 처벌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공소를 제기하고 유지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죄목이다. 심지어 박 전 대통령은 '공모자'로 뇌물을 받았다는 것이고 직접 금전상의 이득을 취한 정황을 포착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존재했다.
이런 상황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했기 때문에 일각에선 검찰이 특검 수사 때보다 한 발 더 나아간 증거나 단서를 포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뇌물혐의가 아닌 미르ㆍK스포츠재단 강제모금 관련 직권남용ㆍ강요 혐의 등도 검찰의 판단에 힘을 싣는 요인이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은 앞서 최씨의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 공모관계라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여기에 특검이 90일간의 수사를 통해 새로 적용한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 공모 혐의 등이 보태지면서 검찰로서는 구속영장 청구 카드를 빼드는 게 불가피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뇌물과 강제모금, 블랙리스트 공모 외에 최씨 지인 회사의 현대자동차 납품계약 압력, 최씨 소유 회사에 대한 KT의 광고발주 압력,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고리로 한 최씨로의 기밀문건 유출 등 혐의를 받는다.
최씨의 이권과 관련해 그의 측근이라는 이상화씨를 KEB하나은행 본부장으로 승진시키는 데 관여한 혐의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를 포함해 모두 13개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다.
피의자 구속 요건은 크게 사안의 중대성, 증거인멸의 우려, 도주의 우려 등이다. 이 가운데 사안의 중대성과 관련해선 이론의 여지가 별로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박 전 대통령이 차명폰으로 최씨와 수백차례 통화한 사실 등 증거인멸의 우려를 키우는 정황도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는 법리를 둘러싼 검찰과 박 전 대통령 측의 다툼이 특히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