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한파 시달리던 화장품숍은 체념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조호윤 기자] 중국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자국 여행사를 통해 중국인들의 한국 관광을 금지한 뒤 첫 주말. 중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 중 하나인 명동에는 우려감이 감돌았다. 중국의 본격적인 몽니에 면세점들은 후폭풍 리스크를 애써 외면하며 영업을 이어갔다. 안 그래도 매출 한파에 신음하던 명동 거리 상점들은 피해가 얼마나 더 커질지 짐작조차 못하는 모습이었다.
인근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본점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화장품 매장은 물론 'MCM', '젠틀몬스터'(선글라스) 등 중국인들 사이에서 '핫'한 브랜드들이 성업 중이었다. 사드 배치를 비판하는 중국인 고객들도 없진 않았다. 롯데면세점을 찾은 다롄(大連) 출신 43세 남성은 "미국이 중국 감시용으로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 아니냐"며 "한국이 너무 미국 편에만 서서 아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활기찬 면세점 분위기 때문인지 "사드가 싫다"는 중국인 관광객들 표정에서 심각함을 읽기 힘들었다.
그러나 최근 돌아가는 상황이 예전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게 유통업계 전반의 평가다. 특히 지난 2일 있었던 중국의 한국 관광 금지 조치는 최악의 규제이자 앞으로 닥쳐올 피해의 신호탄이라는 우려가 많다. 베이징에서 시작된 한국 관광 금지 조치는 앞으로 지역별 회의를 통해 전국으로 확대 시달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부터 사드 이슈의 영향을 한 몸에 받던 명동 상권은 그야말로 울상이다. 5일 오후 명동 거리에 위치한 한 화장품 브랜드숍 관계자는 텅 빈 매장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명동 황금 상권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이 관계자는 "우리 매장보다 입지가 더 좋은 매장들도 장사가 안 되기는 마찬가지"라며 "최고 노른자위인 명동 유네스코길에 위치한 매장들의 일평균 매출은 2000만원가량인데, 최근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하면서 500만원대로까지 떨어졌다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누구도 뚜렷한 대책은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업계에선 사드 후폭풍이 장기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화장품 매장 관계자는 "중국은 자국 이익을 위해서라면 앞뒤 가리지 않는데다 사기업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다"며 "아마 사드 배치 이후에도 1년 이상 중국 정부의 보복이 계속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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