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로 '자르르' 기름칠 해볼까
'사바사바'란 말이 있다. 뒷거래를 통해 떳떳하지 못하게 은밀히 일을 하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이 말은 우리가 즐겨 먹는 고등어와 관련이 있다. 고등어를 일본어로 '사바'라고 하는데 '사바사바'면 고등어 두 마리고, 이 고등어 두 마리를 뇌물로 주는 데서 비롯된 표현인 것이다.
고등어가 뇌물이 된 사연은 이렇다. 일본에서는 예로부터 관청에 부탁할 일이 있으면 고등어 두 마리를 들고 갔다고 한다. 누구나 좋아하는 고등어를 가져가면 일이 원활하게 해결될 수 있었다. 이런 관습이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서민들이 뭔가를 부탁하고 싶을 때 고등어를 뇌물로 건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등어라는 이름은 어떻게 붙게 된 것일까. 고등어는 한자로는 언덕 고(皐) 혹은 높을 고(高)와 오를 등(登)을 쓴다. 이는 둥글게 부풀어 오른 고등어의 생김새 때문에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통통하게 오른 살 덕분에 고등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다른 의견도 있다. '동국여지승람'에는 옛날 칼 모양과 비슷해 고도어(古刀漁)'라고 불렀다고 기록돼 있다. 고도어가 변해 고등어가 됐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 고등어를 '벽문어(碧紋漁)'라고 썼는데 이는 푸른 무늬가 있는 생선이라는 뜻이다.
고등어의 재밌는 별칭은 하나 더 있다. 고등어의 새끼를 '고도리'라고 한다. 고스톱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겠지만 고도리는 엄연히 국어사전에 올라 있는 단어다. 고등어의 이름에 얽힌 이런 다양한 얘기들은 고등어가 우리나라 서민들이 좋아하는 생선이었다는 점을 잘 알려준다. 고등어가 가지고 있는 정서에 서민의 애환이 스며있는 이유다. 소설가 황석영은 이렇게 썼다. "장에 갔던 가장이 어스름한 달밤에 막걸리 한잔으로 거나해져서 타령 한 소리 읊조리며 영을 넘어올제 새끼에 꿰어 들고 오던 것이 간고등어 한 손이다. 산지가 많은 영남 사람들은 지금도 평야 지방의 그들먹한 한정식보다도 경상도 막장으로 끓인 찌개와 구운 간고등어 한 토막을 더 쳐줄 정도가 아닌가."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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