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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의 생명이야기]<93> 암세포 표적 치료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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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한양대 겸임교수

김재호 한양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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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말까지 암 치료에 많이 이용되던 항암제는 분열중인 세포를 잘 죽이는 특성이 있어서 암세포를 죽일 때 분열중인 정상세포 특히 면역세포를 함께 죽이는 치명적인 부작용(생명이야기 91편 참조) 때문에 암 치료에 어려움이 많았다. 이러한 항암제와 달리 정상세포는 직접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암세포의 성장과 분열, 확산을 억제하는 약물을 개발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암세포 표적 치료제다.

암세포 표적 치료는 기존의 항암제를 대신하여 암 치료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글리벡 등 많은 치료제가 개발되어 대장암, 두경부암, 유방암, 다발성 골수종, 림프종, 전립선암, 흑색종 등의 치료에 이용되고 있다. 표적 치료는 항암제에 비하여 부작용은 덜 심각하지만, 기대와 달리 치료효과가 제한적이며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기존의 치료방법과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표적 치료제는 암세포의 성장과 확산을 돕는 특수한 단백질인 표적을 찾아낸 다음, 이 표적의 활동을 방해하는 방법을 개발하여 만든다. 예를 들면, 어떤 암세포들은 면역세포가 잘 찾아내지 못하도록 위장하는데, 면역세포가 이러한 암세포를 쉽게 찾아낼 수 있도록 암세포 표면에 표시하는 표적 치료제를 만든다.

어떤 암세포들은 건강한 세포만 분열할 수 있도록 통제하는 신호에 따르지 않고 분열하도록 어떤 단백질을 변경시키는데, 이 단백질의 활동을 방해하는 표적 치료제를 만든다. 암세포가 어느 규모 이상으로 크기 위해서는 새로운 혈관이 필요하기 때문에 암세포는 새로운 혈관의 생성을 촉진하는 신호를 보내는데, 이러한 신호를 방해하는 표적 치료제를 만들기도 한다.

어떤 암세포들은 손상되었거나 불필요한 세포들은 스스로 죽도록 설계되어 있는 자멸 프로그램을 회피하는데, 이 회피방법을 무력화하여 자멸프로그램이 작동되어 암세포가 스스로 죽게 만드는 표적 치료제를 만들기도 하고, 어떤 표적 치료제는 암세포의 성장을 도와주는 호르몬이 만들어지지 못하게 하거나 이러한 호르몬의 작용을 방해하여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한다.
표적 치료는 정상세포를 직접 죽이는 항암제의 치명적인 단점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몸 안에서 만들어지는 물질이 아니고 약물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지 않다. 부작용의 형태는 약물의 종류에 따라 다르고, 개인별로도 전반적인 건강상태나 복용하고 있는 약물에 따라 다르며, 개인별 편차도 크다. 대부분의 부작용은 치료가 끝나면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진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설사와 간염, 간 효소의 상승이 있으며, 피부나 머리털, 손톱, 눈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혈관이나 혈액과 관련된 부작용은 심각한 경우가 많다. 어떤 치료제 특히 새로운 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약물은 고혈압이나 위장 출혈을 일으키고, 허파나 다리에 생기는 혈전이나 심근경색, 뇌경색을 일으키기도 하며, 상처가 아무는 것을 더디게 만들기도 한다.

표적 치료의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 암세포는 항암제의 경우처럼 표적 치료제에도 내성을 나타낸다. 표적 치료가 잘 작동되지 않도록 변이를 일으키거나 작동하지 않는 새로운 성장 경로를 찾아 표적을 변화시킨다. 둘째로, 표적의 구조나 작동원리 때문에 어떤 표적에 대해서는 이를 억제하는 약물을 개발하기가 어렵다.

표적 치료가 성공하면 일부 암의 성장을 어느 정도 늦출 수 있겠지만, 암이 낫는 길은 아니다. 생명시스템이 회복될 수 있도록 발암물질 노출을 줄이고, ‘암 도우미’의 생활을 버리며, ‘생명 도우미’의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재호 KB자산운용 상근감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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