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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의 생명이야기]<91> 항암제가 암환자를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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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한양대 겸임교수

김재호 한양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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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는 수술을 받는 것이 최선이며, 수술이 불가능하면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고, 항암치료는 고통스러워도 참고 이겨내야 암이 나을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4기로 진단받은 폐암 환자의 2/3이상과 대장암 환자의 4/5이상이 항암치료 받으면 암이 나을 것으로 믿는다고 하니, 항암치료에 대한 인식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암세포는 세포 분열이 통제되지 않아 끊임없이 분열하고, 세포의 자멸 기능이 작동하지 않아 수명이 다해도 죽지 않으므로 ‘암 도우미’ 환경에서는 끝없이 성장한다.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죽이는 능력이 약해져 암세포의 성장속도가 죽는 속도보다 더 빠를 때 우리는 암환자가 되기 때문에 암이 나으려면 면역세포의 암세포 죽이는 능력을 원래대로 회복시켜야 한다.
항암제는 약해진 면역세포의 능력을 회복시키지 않은 채 면역세포를 대신하여 암세포를 죽이는 약이다. 제1차 세계대전 때 독가스로 사용되던 겨자가스(mustard gas)를 제2차 세계대전 때 군사목적으로 연구하던 중 이 가스에 노출된 사람의 백혈구 수가 감소하는 사실을 발견하고 암 치료에 이용한 것이 항암제의 시작이다.

항암제는 수십 년 동안 수백 종이 개발되어 연 매출 약 80조원으로 1000조 원의 세계 제약시장에서 1위를 차지할 만큼 많이 이용되고 있다. 그런데, 항암제로는 여전히 암은 잘 낫지 않으며, 새로운 항암제 개발을 위한 연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암세포를 잘 죽이는 항암제가 그토록 많은데 왜 암은 낫지 않을까?

항암제를 사용하면 암이 작아져서 나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낫는 것이 아니다, 암세포는 항암제에 죽지 않는 내성을 가지고 있어서 항암제는 일정 비율의 암세포만 죽이고, 다 죽이지는 못한다. 반복해서 사용해도 여전히 일부는 살아남아 사이사이에 다시 성장하므로 항암제만으로 암세포를 다 죽이기는 어렵기 때문에 면역세포가 제 역할을 못하면 암은 좀처럼 낫지 않는다.
항암제로 암이 낫지는 않더라도 작아지므로 수명연장이나 증세완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긴 역사에도 대부분의 사례에서 이를 입증하는 증거는 찾기 어렵다. 항암제가 암을 작아지게 하여 정신적 위안을 주기는 하지만, 암세포 죽일 때 생기는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부작용이 너무 심각하여 암환자를 오히려 죽이는 측면이 강하다.

항암제의 부작용은 분열하는 세포를 잘 죽이는 특성에서 나온다.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세포도 분열할 때마다 항암제의 공격을 받아 죽게 되는데, 특히 면역세포처럼 수명이 짧아 자주 분열하는 세포들은 죽임을 많이 당한다.

항암제의 가장 심각한 부작용은 면역세포인 백혈구와 백혈구를 만드는 골수조직의 줄기세포를 죽이는 것이다. 약한 면역력을 더욱 약화시켜 암이 악화되거나 재발하거나 새로운 암에 걸리는 결정적인 원인이 되며, 온갖 세균성 질환에 취약하게 만든다.

또한 위장의 점막세포가 많이 죽음에 따라 구토, 설사, 식욕감퇴, 거식증, 메스꺼움 등으로 영양실조의 원인이 되고, 골수조직 줄기세포의 죽음으로 빈혈과 혈소판 감소증의 원인이 되며, 심장이나 간, 신장 등의 장기를 손상시키고, 탈모증, 만성 피로, 신경장애, 인식 장애, 불임 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항암제의 효과를 짐작하게 해 주는 사례가 있다.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은 암이 작아진다는 사실에 근거하여 항암제를 승인하는데, 이때 수명연장 여부는 고려하지 않는다. 폐암치료에 많이 이용되던 ‘이레사(iressa)’라는 항암제는 겨우 10%의 환자에서 암이 작아진 임상시험 결과를 근거로 승인되었다.

김재호 KB자산운용 상근감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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