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오빠!” 오래지 않아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먼 시간 저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 같았다. 반갑다기 보다 왠지 짠한 느낌이 들었다.
“왜요? 이상해요?” 소연이 어색하게 따라 웃으며 말했다.
“아니. 예뻐. 몰라보겠는걸....” 하림이 여전히 미소를 달고서 놀리듯이 말했다.
“언니는 좀 어떠셔?”
“그냥 그래요.”
“뭘 좀 먹을래?”
“배고파요?”
“아니, 그냥.....” 그러자 소연이 호호거리며 혼자 웃었다.
“왜....?”
“아니, 그냥. 그 소리 들으니까 처음 오빠 만났을 때 기억이 나요. 그런 셈이지, 그런 셈이지, 하던 말, 말이예요. 그러고보니 하림 오빤 무엇이든 똑 부러지게 대답하는 법이 없는 사람 같네요.”
“그런가.....” 하림도 따라 웃었다. 그러고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았다. 그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자기가 생각해도 요즘 들어 매사가 더욱 전부 그런 식이었다. 무슨 일이든 자신있게 이렇다 저렇다 하지 못하는 자신이 스스로 생각해도 한심할 때가 많았다.
“뭘 먹을까요? 여긴 별루 먹을 게 없는데....” 소연이 말했다.
“아무거나 먹자. 라면 어때?”
“라면....?” 소연이 농담하느냐, 하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왜? 살구골 화실에 있을 때 먹던 라면 생각이 나서 그런다. 후후거리며 혼자 먹던 라면 말이야.” 그런 그녀를 향해 하림이 장난스런 표정으로 덧붙였다.
글. 김영현 / 그림. 박건웅
김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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