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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라이트]"주름이야말로 내 연기의 중요한 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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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녀' 4년만의 스크린 복귀 조민수

배우 조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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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니 저 같은 얼굴이 대접 받을 때가 왔네요…비슷한 배역·나태함은 싫어요

배우 조민수(53)는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단단한 느낌을 준다. 검은 피부와 선 굵은 얼굴로 개성 넘치는 배역을 자주 그렸다. 지고지순한 여인을 연기해도 곧은 성격이 배어나온다.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카페에서의 만남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평소에 로션만 바르고 다녀요."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비벼댔다. 고개를 갸우뚱했더니 원망의 눈초리가 돌아왔다. "비비크림(블레미시 밤)을 바르지 않았다고 티를 내는데 이렇게 알아주지 않아서야(웃음). 어때요? 민얼굴도 봐줄만 하죠?" 조민수는 화통한 웃음소리로 좌중을 압도했다. 하지만 말투와 행동거지는 조심스러웠다. 여성스러움이 흘러 넘쳤다.
-성형수술이나 화장 없이 미모를 유지하는 비결이 무엇인가요.
"인상을 쓰지 않아요. 화가 나도 웬만하면 성질을 죽이죠(웃음). 어차피 늙으면 주름은 생기게 마련이에요. 그것 없이 비슷한 연령의 배역을 연기한다는 건, 말도 안 되죠. 주름이야말로 연기의 중요한 재료인데요. 이왕 생길 거라면 멋있게 자리를 잡았으면 해요. 동물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다 보면 암컷의 주름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많아요. 생애의 발자취는 엿보이지 않고 세파(世波)에 찌든 기운만 나타나죠. 그런 암컷이 되고 싶지 않아요. 행복했던 과거를 대변하는 밝은 주름을 가지고 싶어요."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쓸 줄 알았어요.
"관리를 안 받는다고 하면, 친구들이 안 믿어요. 막 거짓말쟁이로 몰아세워요. 부모님께 감사드릴 일이죠. 사실 운동도 많이 안 해요. 피부과나 미용실을 찾는 것도 싫어하고요. 가만히 누워있는 시간이 답답하더라고요. 그 시간에 집에서 다른 일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촬영 전날에 시트 마스크(마스크팩)을 붙이는 게 전부에요."

배우 조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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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인 외모 때문에 개성이 강한 배역을 자주 맡은 듯해요.
"1980년대까지 스스로 외모가 독특하다고 생각했어요. 피부는 물론 눈동자까지 까맸으니까. 조명을 설치하는 분들이 싫어하셨죠. 눈가에 자꾸 그늘이 생긴다며 긴 눈썹을 정리하라는 분도 계셨어요. 당시에는 여우처럼 턱이 뾰족하고 피부가 하얀 배우들이 대세였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니까 저 같은 얼굴이 대접을 받을 때도 오더라고요. 얼굴이 유행에 맞지 않는다며 불평하는 후배들이 종종 있어요. 그때마다 조급해하지 말라고 타일러요. '어차피 유행은 한순간이야. 언젠가 네 시대가 올 거야.'"

-스크린은 '관능의 법칙(2014년)' 뒤 4년여 만이에요.
"영화나 드라마 제안은 종종 있었어요. 그런데 비슷한 배역이 많았죠. 그런 연기를 자꾸 하면 대중이 어떤 것도 기대하지 않을 것 같아 불안해요. 금세 밑천이 드러날 수도 있고요. 배우들이 텔레비전에서 똑같은 연기를 하면 시청자 입장에서 보기가 싫더라고요.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라며 마음을 다잡았죠. 두 작품을 동시에 촬영한 적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이에요."

-돈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돈을 포기한지 오래됐어요(웃음). 언제부턴가 유유자적한 삶에 눈길이 가더라고요. 돈만 쫓았다면 지금쯤 건물 한 채는 장만했겠죠. 그런데 월세를 받아먹으며 편하게 살았다면 지금의 조민수가 존재할 수 있을까요. 아마 건물에 둘러싸여 의욕을 잃고 살았을 거예요. 나태하지 않은 지금의 삶에 만족해요."

영화 '마녀' 스틸 컷

영화 '마녀'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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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1995년)' 뒤에도 17년 동안 스크린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어요. 특별출연을 제외하면요.
"맨?을 촬영하면서 다시는 영화를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정말이지, 거짓말에 속에서 연기했거든요. 제작 전후로 달라지는 말들에 많이 실망했죠. 당시 드라마가 영화보다 완성도가 높은 편이어서 안 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했어요. 주위에서는 얼굴이 드라마보다 영화에 더 어울린다고 했어요. 눈이 크고 얼굴이 작아서 큰 화면에서 더 예쁘게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텔레비전에서 장점이 발휘되기 어려워서 그동안 주목을 많이 받지 못한 게 아닐까 싶네요(웃음)."

-마녀에서 그린 닥터백은 그런 아쉬움을 지울 만큼 개성이 강한 배역이에요.
"촬영 분량이 편집에서 많이 삭제됐어요. 연기를 못했나 봐요. 박훈정(44) 감독의 선택을 존중하지만 섭섭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네요(웃음). 예산이 부족해서 연기를 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어요. 구자윤(김다미)의 전사(前事)를 설명하는 신이 그랬어요. 닥터백을 생동감이 넘치게 보여주려고 했는데, 공간이 비좁더라고요.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서 연극에서 독백을 하듯 연기했어요. 그래도 분장 팀이 수고한 덕에 닥터백의 느낌이 잘 살아난 것 같아요. 딱 봐도 광기는 넘쳐흐르니까요."

영화 '마녀' 스틸 컷

영화 '마녀'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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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할 수 있는 연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대체할 만한 배우가 떠오르지 않았어요.
"사실 없는 것도 문제예요. 대중 앞에 설 기회가 계속 주어지면 스스로 연기를 잘 하는 줄 착각하게 되거든요. 우월감에 젖어 동료 배우들이나 제작진을 함부로 대하는 경우도 여러 번 봤죠. 대중이 생각하는 이미지와는 딴판으로요. 그런 배우는 대체 배우들이 나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버려져요. 그 배우의 잘못도 있겠죠. 하지만 전성기를 달릴 때 따끔하게 혼을 내지 않은 동료 배우들이나 제작진에게도 책임이 있어요. 배우는 결코 혼자 성공할 수 없어요. 주위에서 많이 도와줘야 해요."

-'피에타(2012년)'를 찍은 뒤로 마음이 복잡할 때마다 산에 간다고 들었어요.
"평소에도 자주 올라가요.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는데 효과적이에요. 흥분이 사라지면서 생기는 공허함을 달래는데도 좋고요. 꽃이나 돌멩이를 보고만 있어도 잡생각이 싹 사라지죠.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고요. 욕심을 버리게 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 영화에 전념해도 열 작품 이상 찍기 어려울 거예요. 그 마지막 작품을 촬영할 때까지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좋은 일도 많이 하면서요."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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