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근거 없는 비합리적인 밀실 정책…과잉규제
흡연자·비흡연자 모두 "혐오스러운 그림, 보기 싫다"
정부가 궐련형 전자담배에 경고그림을 부착하기로 한 것에 대해 업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소통이 원천봉쇄된 밀실규제인데다 유해성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앞장서 불안감을 조장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는 경고그림 표기면적을 확대하는 등 더욱 강력한 규제 드라이브를 예고해 논란이 예상된다.
15일 보건복지부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복지부는 제2기 경고그림위원회를 구성, 운영해 담뱃갑에 새로 부착할 경고그림과 문구를 확정하고 '담뱃갑포장지 경고그림 등 표기내용' 개정안을 14일 행정 예고했다. 확정된 경고그림과 문구는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12월23일부터 적용된다. 보건당국은 2년마다 경고그림과 문구를 교체할 계획이다.
담배업계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필립모리스(아이코스)와 BAT코리아(글로) 등은 그동안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유해물질이 적다고 주장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유해성 검사결과가 나온 뒤 경고그림 도입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폐암 유발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과학적 근거가 없고, 일부 국가에서는 일반 담배보다 발암물질이 80% 이상 적다는 연구결과가 있음에도 일반 담배와 동일하게 규제하는 것은 과잉규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궐련형 전자담배 세계 1위인 필립모리스가 아이코스를 판매 중인 세계 37개국 중 궐련형 전자담배에 경고그림을 적용한 것은 콜롬비아 밖에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국가 기준으로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첫 사례가 되는 것.
한국필립모리스 측은 그동안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이 더 적다는 연구결과를 꾸준히 발표한 상황에서 정부의 이같은 조치로 오히려 많은 소비자들이 기존 담배를 계속 피우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경고그림이 기존 담배 그림보다 더욱 혐오스럽다는 의견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담배는 경고그림 10종 중 덜 혐오스러운 그림도 있는 반면 궐련형 전자담배는 가장 혐오스러운 그림 1종뿐"이라며 "형평성을 잃은 규제에 할말이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액상형과 궐련형 등 전자담배 경고그림을 종류에 따라 구분하지 않은 현행 국민건강증진법령에 위배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소비자들도 거세게 반발했다. 한 소비자는 "끊을 생각이 없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흡연을 하겠지만, 혐오스러워서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흡연을 하지 않은 한 소비자 역시 "경고그림과 흡연율이 상관없다고 들었는데,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게 꼭 혐오그림을 붙여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가 공감하는 균형있는 금연정책이 추진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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