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슬러'의 김민재
"유해진 선배가 연기 조언...너무 고마워"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몸에 딱 붙는 싱글레트가 많이 부담됐어요." 배우 김민재는 생애 첫 영화를 준비하면서 곤혹스러웠다. 몸에 착 달라붙는 레슬링 유니폼이 낯설었다. 몸 전체의 윤곽이 고스란히 드러나 부끄러웠다. "생각보다 많이 민망하더라고요. 매트에서 도망가고 싶었어요." 수줍은 마음은 오래 가지 않았다. 지옥을 방불케 하는 훈련이 이어져 정신이 혼미해졌다. 한국체육대학교 레슬링 선수들과 똑같이 움직여야 했다. 스쿼트(허벅지가 무릎과 수평이 될 때까지 앉았다 섰다 하는 운동)를 해서 얼얼해진 다리로 트랙을 뛰었고, 천장에 설치된 로프에 매달려 오르락내리락했다. 태클에서 중요한 무릎 기술도 연마했다. 기진맥진해 길가에 잠시라도 주저앉으면 호통이 떨어졌다. 이를 앙당그려 물고 달리기를 반복했다.
레슬러는 성웅의 과도기를 다룬다. 전직 레슬링 선수인 아버지 귀보(유해진)는 그가 금메달을 따길 바라며 최선을 다해 뒷바라지한다. 그러나 성웅이 짝사랑하던 소꿉친구 가영(이성경)이 귀보를 사랑한다고 고백하면서 부자 사이는 틀어진다. 다소 인위적인 설정이지만,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20대 성장통을 함축적으로 표현한다. 김민재는 "연기하면서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다"고 했다. "저를 키우시면서 언제부턴가 이름을 잊으신 것 같아요. '민재 엄마' 또는 '민재 아빠'로 더 많이 불리니까요. 부모님 개인의 삶도 그렇게 사라진 게 아닐까라는 생각에 많이 미안하고 고마웠어요."
진심을 담은 연기는 4년간 떨어져 지낸 부모님을 위한 감사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는 열일곱 살 때부터 숙소에서 생활하며 가수를 준비했다. 성웅을 연기하면서 그동안 자신을 믿고 지원해준 부모님의 사랑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틈이 날 때마다 행복한 추억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연예인이 되겠다는 아들을 한없이 믿어 주셨어요. 이제는 고마움을 조금씩 갚아 나가야죠. 그래도 다 갚진 못할 거예요. 부모의 사랑은 자식이 끝을 다 알 수 없을 만큼 깊고 두터우니까요."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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