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라임라이트]"딱 맞는 레슬링복, 도망가고 싶었죠"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영화 '레슬러'의 김민재

[라임라이트]"딱 맞는 레슬링복, 도망가고 싶었죠"
AD
원본보기 아이콘

"유해진 선배가 연기 조언...너무 고마워"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몸에 딱 붙는 싱글레트가 많이 부담됐어요." 배우 김민재는 생애 첫 영화를 준비하면서 곤혹스러웠다. 몸에 착 달라붙는 레슬링 유니폼이 낯설었다. 몸 전체의 윤곽이 고스란히 드러나 부끄러웠다. "생각보다 많이 민망하더라고요. 매트에서 도망가고 싶었어요." 수줍은 마음은 오래 가지 않았다. 지옥을 방불케 하는 훈련이 이어져 정신이 혼미해졌다. 한국체육대학교 레슬링 선수들과 똑같이 움직여야 했다. 스쿼트(허벅지가 무릎과 수평이 될 때까지 앉았다 섰다 하는 운동)를 해서 얼얼해진 다리로 트랙을 뛰었고, 천장에 설치된 로프에 매달려 오르락내리락했다. 태클에서 중요한 무릎 기술도 연마했다. 기진맥진해 길가에 잠시라도 주저앉으면 호통이 떨어졌다. 이를 앙당그려 물고 달리기를 반복했다.
영화 '레슬러'에서 레슬링 국가대표를 꿈꾸는 성웅을 제대로 표현하고자 자처한 고생이었다. "레슬링 선수 같은 근육을 만들고 싶었어요. 땀에 흠뻑 젖으니까 싱글레트는 신경도 안 쓰게 되더라고요. 나중에는 그 차림으로 밥도 먹었죠. 집으로 돌아가면 그대로 픽 쓰러졌어요. 피곤에 지쳐 그길로 곯아떨어졌죠." 노력한 흔적은 영화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날렵한 몸놀림으로 태클을 시도하는가 하면 리프트(들어올리기)와 리프트 오버(안아 올리기)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단 한 신도 대역에 의존하지 않고 모든 기술을 능숙하게 보여준다. "싱글레트를 입고 연기하니까 슈퍼히어로라도 된 것처럼 힘이 나더라고요. 자신감 있게 상대 배우들을 넘길 수 있었죠. 제작진에게 많은 칭찬을 받았어요. 스스로를 괴롭히며 훈련하길 잘 했다는 마음에 얼마나 뿌듯했는지 몰라요."

레슬러는 성웅의 과도기를 다룬다. 전직 레슬링 선수인 아버지 귀보(유해진)는 그가 금메달을 따길 바라며 최선을 다해 뒷바라지한다. 그러나 성웅이 짝사랑하던 소꿉친구 가영(이성경)이 귀보를 사랑한다고 고백하면서 부자 사이는 틀어진다. 다소 인위적인 설정이지만,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20대 성장통을 함축적으로 표현한다. 김민재는 "연기하면서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다"고 했다. "저를 키우시면서 언제부턴가 이름을 잊으신 것 같아요. '민재 엄마' 또는 '민재 아빠'로 더 많이 불리니까요. 부모님 개인의 삶도 그렇게 사라진 게 아닐까라는 생각에 많이 미안하고 고마웠어요."

[라임라이트]"딱 맞는 레슬링복, 도망가고 싶었죠" 원본보기 아이콘
그는 함께 호흡을 맞춘 유해진을 보면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이 때문에 부자 관계가 회복되는 마지막 신에서 자연스럽게 눈물을 흘릴 수 있었다. "평소 눈물이 없는 편이라 연기하면서 많이 놀랐어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유해진 선배의 연기에서 진심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유해진은 충무로에 입성한 김민재의 연기 스승이기도 했다. TV 드라마에서만 활동하는 젊은 배우들은 화면에 나오는 모습을 과도하게 신경 쓰거나 대사를 전달하는데 급급한 경향이 있다. 김민재는 유해진의 세세한 조언으로 생각을 달리 할 수 있었다. "빡빡한 일정으로 돌아가는 드라마보다 여유가 있다 보니 매 신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진실한 표현을 요구하시더라고요. 주름을 잡고 인상을 쓰거나 바보 같이 나와도 배역의 감정을 충분히 전달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하셨어요. 정형화된 연기보다 다양한 표현을 고민하라고도 얘기해주셨고요."

진심을 담은 연기는 4년간 떨어져 지낸 부모님을 위한 감사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는 열일곱 살 때부터 숙소에서 생활하며 가수를 준비했다. 성웅을 연기하면서 그동안 자신을 믿고 지원해준 부모님의 사랑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틈이 날 때마다 행복한 추억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연예인이 되겠다는 아들을 한없이 믿어 주셨어요. 이제는 고마움을 조금씩 갚아 나가야죠. 그래도 다 갚진 못할 거예요. 부모의 사랑은 자식이 끝을 다 알 수 없을 만큼 깊고 두터우니까요."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내이슈

  •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해외이슈

  •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 황사 극심, 뿌연 도심

    #포토PICK

  • 매끈한 뒷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마지막 V10 내연기관 람보르기니…'우라칸STJ' 출시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 용어]'법사위원장'이 뭐길래…여야 쟁탈전 개막 [뉴스속 용어]韓 출산율 쇼크 부른 ‘차일드 페널티’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