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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맹장 없어도 우주선 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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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장에 꼬리처럼 달려있는 충수(파란색 원). 유익한 박테리아 저장소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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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맹장(caecum·盲腸)'은 우리 몸속의 장기(臟器) 중에 없어도 되는 곳이다? 우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맹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우주에서 생활하는데 맹장이 무슨 역할을 하는 걸까요?
흔히 '맹장수술'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맹장과 충수를 묶어 맹장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정확하게는 맹장을 잘라내는 것이 아닌 맹장에 달린 충수를 절제하는 수술이기 때문에 '충수절제술'이라고 하는 것이 맞습니다. 원인이 되는 병명도 '맹장염'이 아닌 '충수염'이라고 해야 합니다.

맹장은 소장이 끝 부분과 대장의 시작 부분에 위치한 주머니 모양으로 생긴 기관입니다. 충수(vermiform appendix·蟲垂)는 맹장에 꼬리처럼 매달린 6~10㎝ 크기의 장기입니다. 소장과 붙어있지만 소장에서 소화된 음식물은 맹장을 거치지 않고 대장으로 바로 진입합니다.

이런 위치적 맹점 때문에 맹장은 끄트머리에 있는 창자라는 의미의 '막창자'라고 불리기도 하고, 맹장에 꼬리처럼 달린 충수는 '막창자꼬리'라고도 불리며 쓸모없는 장기라는 낙인이 찍히게 됩니다. '진화론'을 주장한 찰스 다윈의 주장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다윈은 충수에 대해 "고릴라나 인간 같은 대형 영장류에만 있는 장기인데 초식 위주로 살던 시절 발달한 장이 퇴행해 남은 기관"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충수는 맹장이 위축되면서 생긴 주름 중 하나로, 쓸모없는 구조체 중 하나라는 이 주장은 상당히 오랫동안 정설로 인정됐고, 현재도 명확한 반론은 제기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충수가 면역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최근들어 발견했습니다. 2007년 미국 듀크대 의대 윌리엄 파커 교수와 2013년 미드웨스턴대 헤더 스미스 박사 연구팀 등이 오랜 연구 끝에 충수가 '유익한 박테리아 저장소'라는 것을 밝혀낸 것입니다.

소화기관의 끝에 붙어서 소화기관인 척 하지만 맹장부터는 면역기관입니다. 소화기관의 끝 부분에 위치한 맹장은 면역기관인 충수를 보호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충수는 유익한 박테리아들을 가득 담고 있는 몸속 유익균들의 은신처입니다. 맹장 아래서 장의 움직임을 살피다 위험한 병원균이 침투해 장이 나빠지면 충수는 맹장을 통해 유익균들을 즉시 대장으로 보내 장의 회복을 돕게 됩니다.
염증으로 팽창한 충수를 절제하고 있는 모습.[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염증으로 팽창한 충수를 절제하고 있는 모습.[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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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충수가 우리나라 사람의 몸에서 매년 9만 여개 이상이 사라집니다. 염증이 생긴 충수가 터지면 뱃속에 고름이 퍼져 복막염을 일으켜 더 위험한 상황으로 번지기 때문에 터지기 전에 충수를 절제해야 합니다. 잘라내어도 몸에 별다른 이상이 없으니 사람들이 큰 부담을 느끼지 않지만 '유익한 박테리아 저장소'가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좀 아까운 생각도 듭니다.

충수염이 발생하지 않으면 절제를 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현대인에게 충수염은 피할 수 없는 병 가운데 하나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충수염이 학계에 최초로 보고된 때가 1886년이라고 합니다.

충수가 유익한 박테리아의 은신처라는 학설을 내놓은 윌리엄 파커 교수는 산업혁명 이후인 이 시기를 예로들며 "충수가 있는 동물은 충수염에 걸리지 않지만 사람은 걸린다"면서 "산업화 이후 음식과 물이 청결해진 덕분에 충수가 할 일이 없어져 생긴 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퇴행해 남겨진 불필요한 기관'이라는 주장도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충수가 유익한 기관이라면 어째서 충수를 가진 동물 종(種)보다 충수가 없는 종이 더 많은지, 유익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도 다른 종과 달리 인간에게만 충수염이 발생하는지 등등 충수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한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우주인들은 충수가 없으면 안될까요? 없어도 우주에서 활동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충수의 있고없음의 문제가 아닌 수술 후 완전히 회복됐느냐, 아니냐의 문제라고 합니다.

전투기나 우주선 조종사들은 'G-Force(중력가속도)테스트'를 받습니다. 전투기 조종사가 급격한 기동을 할 때나 우주선이 발사되거나 가속할 때는 몸에 최소 중력의 2배(2G)~최대 9배(9G)나 되는 큰 힘이 가해지는데 이를 견딜 수 있는 강인한 육체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심장이나 폐, 척추 등 주요 부위에 수술을 받은 사람은 아예 불가능합니다. 충수나 편도선 등 가벼운 수술을 했거나 출산한 여성의 경우는 완전히 회복됐다면 우주선을 탈 수 있다고 합니다. 수술을 위해 한번 잘랐던 부위는 다른 피부 조직보다 결합 강도가 약해 우주에서 기압 차 등에 따라 수술했던 부위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있으면 좋고, 없어도 별다른 문제가 없는 장기인 충수. 아직 과학으로 풀지 못한 인체의 신비 가운데 하나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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