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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라이트]도발적 그녀 '금발의 제니' 저, 밉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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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람 바람 바람' 이엘

[라임라이트]도발적 그녀 '금발의 제니' 저, 밉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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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랄한 얼굴·침착한 목소리로 저속한 대사로 세련되게 표현 "외설적 배역, 고민 없었어요"
호기심도 많고 정도 많은 성격…미술에서 연기로 방향 전환
내성적 성격 속 새로운 모습 발견…테니스에 매력 "마음은 샤라포바"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남성들로 득실한 당구장이 일순간 조용해진다. 패션모델과 같은 걸음으로 들어온 여인에게 모두의 눈이 향한다. 기다리던 일행과 인사를 나누면서 능숙한 손놀림으로 큐에 초크를 묻히는 그녀. 이내 당구대에 살짝 몸을 기대더니 엉덩이를 한껏 추어올리고 스트로크(큐를 내미는 동작)를 한다. 가슴골이 훤히 드러나 주위의 시선이 모이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 뒤를 지나가던 남성이 엉덩이에 물을 쏟아도 동요하지 않는다. 치마 속에서 팬티를 꺼내더니 태연한 표정으로 머리를 묶는다. "젖었네." 영화 '바람 바람 바람' 속 제니(이엘)는 도발적이다. 유부남 봉수(신하균)에게 직접적으로 애정을 표현한다. 당구장을 나오면서 "날 왜 이렇게 안 쳐다봐요?"라고 묻는가 하면, 한밤중 그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을 찾아가 "안 끝나면 안 돼요?"라고 조른다. 봉수의 집에서 카디건 단추를 풀며 그를 유혹하기도 한다. 봉수가 "하지 마요"라며 손사래를 치자 그녀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묻는다. "왜 내 흥분을 봉수씨가 막아요?"
저속한 대사들은 이엘(36)의 연기를 만나 세련되게 포장된다. 발랄한 얼굴과 침착한 목소리로 치명적인 매력을 전한다. 그녀도 제니처럼 자기주장이 강하다. 까다로운 질문을 던져도 막힘없이 척척 답을 내놓는다. 하지만 그런 성격 탓에 속앓이도 한다. "바람을 핀 남편을 용서할 수 있다. 돌아와 주길 바랄 것"이라고 한 말이 언론을 통해 부각된 데 부담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영화 속 이야기의 답을 밖에서 찾는 것부터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정도는 용서할 수 있지 않겠냐는 의미로 말한 거예요. 사실 결혼을 해보지 않아서 이런 질문을 받기조차 곤혹스러워요. 남편이 바람을 핀다면 몸서리 칠 만큼 싫겠죠. 하지만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용서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당연히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짊어져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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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가 덧씌워졌지만 외설적이고 도발적인 배역이에요.
"크게 고민하지 않았어요. 연기를 적절하게 조율하면 충분히 세련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죠. 실제로도 재미가 있었어요. 캐릭터의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는 것도 좋았지만, 감정의 변화를 절제해서 그리는 게 흥미롭더라고요. 무언가를 일부러 표현할수록 극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매력을 전하려고 노력했어요. 인간미를 보여주려고도 했고요. 이전에 맡지 못한 복잡한 캐릭터였지만, 이병헌(38) 감독이 대략적인 흐름을 잘 짚어주신 듯해요."
-처음 등장하는 당구장 신은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데 방점이 찍혀 있어요. 그런데 봉수에게 관심을 보이는 얼굴도 자주 포착되더군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봉수를 관찰하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내는데 중점을 뒀어요. 봉수의 형님인 석근(이성민)에게 이미 많은 이야기를 들은 상태잖아요. 순수함에 끌려 만나보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강렬한 인상은 영화적 장치로도 충분히 조성될 수 있어요. 장르가 코미디라고 해도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게 최우선이에요."

-제니는 전 남자친구에게 폭행 등 큰 상처를 입은 여인이에요. 자유분방한 성격을 가질 만한 여지가 적어 보이는데요.
"봉수를 사랑하기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표현으로 과거의 상처를 치유한다고 해석했어요. 남녀관계가 아닌 사람들과의 원만한 관계를 갈구하는 여인인 셈이죠. 그런 사람들이 상처를 감추려는 심리가 크잖아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치부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당당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매력적으로 그리고 싶었어요. 실제로 여성 관객들이 제니의 심리를 잘 이해하더라고요. 다소 전달되기 어려운 감정 흐름인데, 그걸 간파하는 게 놀라웠어요."

-제니와 비슷한 면이 있나요.
"아픈 상처를 숨기는 편이지만, 그 정도로 용감하진 않아요. 사람을 좋아하는 성향은 많이 닮았어요. 호기심이 많고, 정이 가는 사람에게 잘 기대는 편이죠. 때때로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원하는 대로 관계가 흘러가긴 어려운 듯해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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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연기를 시작했어요.
"다니기 싫어서 그만뒀어요. 내성적이고 소심해서 친한 친구가 많지 않았어요. 저만의 세계에 갇혀 지냈죠. 의자에 앉아서 뭘 해야 할지도 몰라 부모님에게 그만두고 싶다고 이야기했더니, 그 선택에 책임을 지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1년6개월 정도 공부해서 검정고시를 치르고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에 입학했어요. 고등학교를 계속 다녔다면 연기를 할 수 없었을 거예요. 당시에 미대 입학을 준비했거든요. 아버지, 어머니, 언니가 모두 그림을 그리세요."

-미술에서 연기로 방향을 튼 이유가 있나요.
"부모님이 영화를 자주 보셨어요. 함께 감상하면서 연기를 배워보고 싶다는 꿈이 생긴 것 같아요. 제가 연기를 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을 거예요. 정말 내성적이고 조용한 아이였거든요. 그런데 배역을 맡아 대사를 할 때면 스스로도 몰랐던 모습이 나오더라고요. 한 번도 마주하지 못한 새로운 얼굴이요. 그래서 제니퍼 로렌스를 좋아해요. 매 작품마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거든요. 저도 그녀만큼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 있을까요(웃음)?"

-자기관리에 쏟는 노력이 상당해서 희망적으로 보여요.
"아, 운동이요? 그건 기본이죠(웃음). 몸을 움직이는 걸 워낙 좋아해요. 평소에도 거리로 산책을 나가거나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녀요. 폴댄스나 필라테스는 강사로 활동하는 친구들에게 배운 거예요. 요가는 유튜브 영상을 보며 직접 했고요. 이번 영화 때문에 테니스를 처음 배웠는데 재미가 있더라고요. 어설프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열심히 노력했어요. 마음만큼은 마리아 샤라포바(31)였죠. 하균 오빠보다 훨씬 잘 치는 것처럼 나왔으니 소기의 성과는 이룬 듯해요(웃음)."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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