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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현장르포⑤]재래시장 "설 특수는 딴 세상 얘기…한파·불경기·최저임금에 죽을맛"

최종수정 2018.02.12 07:33 기사입력 2018.02.12 07:30

남대문시장 상인 "매출 3분의 1토막, 춥고 경기 안 좋아…설 특수는 옛날 얘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도 부담…종업원보다 많이 일하고 적게 벌어, 관리비 줄이려 난방도 아껴"
공덕시장 상인 "인근 대형마트와 온라인으로 손님 빠져나가"
"정부가 세금 부정수급자 걸러내고 실제 서민에게 지원해 내수 살려야"

남대문시장 1번 출입구 모습(사진=박미주 기자)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작년에 비해 장사가 너무 안 돼요. 매출이 3분의 1토막 났어요. 춥고 경기도 안 좋고 대책이 없네요."

설 연휴를 앞둔 11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한파주의보 발령 때문인지 사람들은 모자와 목도리, 두꺼운 점퍼로 무장하고 있었다. 입구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길 가운데서 바지, 모자 등의 가판대를 운영하는 몇몇 상인들은 우두커니 앉아 손님을 기다렸다. 시장 가운데쯤 들어오자 사람들이 좀 더 많아졌다. 외국인 관광객과 내국인이 뒤섞여 있었다.

재래시장 상인들은 설 대목을 앞두고 하나 같이 경기가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한파와 불경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 등이 이들을 힘들게 하고 있었다.
남대문시장 내 가판대에서 바지를 팔고 있는 김모(56·남)씨는 "사람이 없다. 지난해 설보다 반토막 났다"고 푸념했다. 한복 가게 앞에 서서 손님을 기다리던 박모(51·남)씨 "작년에 비해 삼분의 일밖에 못 벌고 있다"며 "25년여간 한복을 팔고 있는데 이렇게 사람 없고 경기 안 좋은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날씨도 안 좋고 정세도 불안정하다"며 "보통 가격에 팔고 있는데 인터넷에서 너무 싸게 파는 데다 동네마다 대형마트도 있어 시장으로 사람들이 오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대문시장 내부 모습(사진=박미주 기자)


텅 빈 가게를 지키던 20여년 경력 이불 판매 상인 송모(55·남)씨도 "마트에서는 중국산 이불을 많이 팔고 여기는 국내산 좋은 이불을 싸게 파는 곳인데 보시는 대로 손님이 없다. 작년보다 60% 이상 줄었다"며 "설 대목이면 사람이 와야 하는데 내수가 죽었는지 오지를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극세사 이불 퀸사이즈가 6만원부터 있는데 품질은 백화점과 대동소이하다"면서 "그나마 대만 관광객이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극세사 이불을 사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장사는 안 되는데 인건비 부담이 커져 이중고를 겪는다는 반응이었다. 만두 가게 상인 구모(63·남)씨는 "추워서 사람도 없고 경기도 안 좋다"며 "만두 5개에 3000원 받는데 가격을 올리진 않았지만 원재료값이 오르는 데다 인건비 부담이 커져 너무 힘들어졌다"고 토로했다. 50여년 속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김모(68·남)씨는 난방 등 관리비를 줄이기 위해 비닐을 설치하고 옷을 껴 입었다. 그는 "30년 전에는 설 한 달 전부터 대목이라 손님이 많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평상시보다도 매출이 줄어 1년 전 대비 50~60% 수준밖에 안 된다"며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늘어난 인건비 등 탓에 관리비를 줄이기 위해 난방도 제대로 못 하고 있는데 정부 관계자들이 현장에 직접 나와보고 정책을 짜야 한다"고 성토했다.
남대문시장 모습(사진=박미주 기자)


앞서 지난 9일 찾은 서울 마포의 공덕시장은 더욱 한산했다. 중장년층이 주 고객이라는 이곳의 정육점 상인 이모(38·여)씨는 "젊은 손님들은 거의 없고 어르신들도 핵가족화와 발달한 외식 문화로 고기를 대량 구매하지 않는다"며 명절 때도 자제들이 대형마트에서 식자재를 사오기 때문에 장사는 점점 더 안 되고 있다"고 한숨지었다.

손님 없이 귤상자를 정리하던 과일가게 상인 김모(53·남)씨도 "대형마트 등 가게가 너무 많이 생긴 데다 온라인으로도 구매를 많이 하다 보니 작년보다 50% 정도 매출이 줄었다"고 했다. 반찬 가게 주인은 "다들 인근 대형마트로 몰리고 여기는 사람이 없다"며 "갈수록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개발 구역이라 건물 수리도 못하고 정리하기도 힘들어 개발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한다"면서 "애로사항이 많다"고 털어놨다.
서울 마포구 공덕시장 모습(사진=박미주 기자)


한 상인은 소비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세금을 잘 써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을 팔고 있던 상인은 "김 사러 와서 100원짜리 동전을 가지고 온다. 저금통을 깨서 왔다는 것인데 이는 서민 경기가 바닥이라는 얘기"라며 "정부 지원금이 제대로 서민들에게 가도록 해 이들이 소비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 돈 있는 노인들은 재산을 정리하고 수급자로 변신하는데 이렇게 돈 있는 사람들은 정부 지원금을 받는다고 추가로 소비하지 않는다"며 "공무원들이 탁상공론만 하지 말고 이런 부정수급자를 잘 가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마포구 공덕시장 모습(사진=박미주 기자)


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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