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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펜스-김영남' 회동은 북한 건군절 열병식이 관건

최종수정 2018.04.13 16:39 기사입력 2018.02.05 15:07

북한 평창올림픽 고위급 대표단장으로 방남할 예정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정완주 정치사회 담당 선임기자]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계기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북ㆍ미접촉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북한은 4일 밤 김 상임위원장을 평창올림픽 고위급대표단 단장으로 보내겠다고 우리 정부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펜스 부통령과 김 상임위원장의 북ㆍ미간 접촉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관건은 8일 북한의 건군절 열병식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한은 평창올림픽 개막 전날 예정된 70주년 건군절 열병식을 강행할 방침이다. 국내 보수세력은 원래 4월 25일이었던 건군절을 2월 8일로 변경해 대규모 열병식 행사를 하려는 북한의 의도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겉으로는 평창올림픽 대표단을 파견하는 등 유화 제스처를 보이면서 건군절을 통해 핵무력 완성 시위를 과시하려고 한다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다수의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김정은이 2015년 건군절을 다시 2월 8일로 바꾼 것”이라고 주장했다. 평창올림픽 개막일을 염두에 두고 갑자기 건군절 기념일을 변경한 것이 아니라는 해석이다.
통일부도 5일 정례브리핑에서 “열병식은 북한의 내부적 수요에 따른 행사”라면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겨냥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별개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북한은 평창올림픽과 상관없이 올해 70주년을 맞는 건군절 행사를 준비해왔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평창올림픽보다 꺾어지는 해(70주년)의 건군절 행사가 더 중요할 것이다.

북한은 건군절 날짜 변경 논란을 의식한 듯 3일 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을 통해 건군절 열병식 강행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노동신문은 이날 개인논평을 통해 “세계의 그 어느 나라나 자기 군대의 창건일을 중요시하며 성대한 행사들로 기념하고 있는 것은 하나의 관례이며 초보적인 상식”이라며 “애당초 겨울철 올림픽경기대회 개최 날짜를 달리 정할 것이지 이제 와서 횡설수설할 것이 뭐 있나”라고 주장했다. 이어 건군절 논란에 대해 ‘생억지’이자 ‘생트집’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북한의 열병식 행보가 중요한 이유...미국 직접 겨냥한 ICBM을 선보일까
꺾어지는 해인 이번 북한 건군절의 열병식은 대규모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이후 첫 건군절 행사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북한은 대내외적으로 핵무력 완성을 과시하는 차원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 '화성-15'를 열병식 행사에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ICBM급 미사일이 미국을 직접 겨냥하는 무기라는 점이다.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는 펜스 부통령은 2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북한이 탄도 미사일 실험을 계속하고 미국을 위협할 때, 우리는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멈추지 않는 한 군사옵션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다는 강경론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펜스 부통령은 이어 "며칠이 지나면 한국과 일본에 간다"며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났다는 간단명료한 메시지를 전달하러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혹시 모를 북한과의 접촉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국이 먼저 손을 내미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천명한 셈이다.

미국 정부는 같은 날 북한 핵위협과 관련한 의미심장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 국방부가 8년마다 발표하는 ‘2018년 핵 태세 검토보고서(NPR)가 그것이다.

이 보고서는 북한을 51번이나 언급하면서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 “(김정은 정권의)종말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만큼 미 정부가 북한을 현존하는 큰 위협 중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보고서는 “북한이 몇 달 안에 핵탄두를 장착한 탄도미사일로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특히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핵 선제사용의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우려해 북한의 핵위협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건군절 열병식을 통해 화성형 계열의 탄도미사일을 선보인다면 미국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

◆평창올림픽 개막식을 계기로 북ㆍ미접촉은 성사될까
문제는 북한이 미국의 강경한 자세를 풀어내기 위해 건군절 열병식에서 탄도미사일 전시를 제외할 것인지 여부다.

만약 예상대로 탄도미사일을 포함한 대규모 열병식이 거행될 경우 미국은 ‘펜스-김영남’과의 접촉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그 며칠 사이에 획기적인 변화의 계기가 혹시 마련되면 모르지만 그럴 경우의 수는 거의 없어 보인다.

반대로 북한이 열병식을 평범한 수준으로 조정을 해 화성형 계열의 탄도미사일을 부각시키지 않는다면 북ㆍ미접촉의 가능성은 훨씬 높아질 수밖에 없다. 북한이 대화를 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세를 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북ㆍ미대화의 단초를 마련하기 위한 멍석 깔기 작업이 어느 정도 진행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일단 ‘김영남 카드’는 평창에서 북ㆍ미접촉의 불씨를 살리는 조건을 맞춘 셈이다. 김 상임위원장의 상징성 때문이다.

김 상임위원장은 명목상 북한의 국가 수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형식적으로 김정은 다음의 국가 서열 2위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김 상임위원장은 이번 방남이 처음이다. 사실상 남한을 방문하는 북한의 최고서열 인사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여러 면에서 볼 때 김 상임위원장은 펜스 부통령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격'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청와대도 일단 김 상임위원장이 고위급대표단 단장으로 통보된 것에 대해 반기는 기색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4일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 위원장 다음가는 2∼3인자 이런 분들이 오면 의미가 더 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상임위원장의 방남이 확정된 후 5일 청와대는 북한 고위급대표단 방남에 대해 “환영한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상임위원장의 면담 계획과 관련해 "다양한 소통의 기회를 준비해나가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해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 가능성도 시사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어젯밤 늦게 통보받았고, 오늘 대통령을 비롯한 실무진들이 어떤 수위에서 어떤 내용을 갖고 만날 것인지 현재 논의 중이어서 확정되는 대로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와 관련 "북한에서 실질적으로 내려올 수 있는 가장 고위급 인사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최대한 성의를 보인 것으로 평가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실질적 2인자인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이 단장으로 방남하지 않는 것에 대한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김 상임위원장의 실질적 권한이 없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에 대한 논란을 의식한 듯 명확한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최 부위원장이 더 실권이 있다 해도 이 무대의 성격은 남북 간 긴밀한 이야기를 하기보다 외교적이고 격식을 갖춰 논의하는 장"이라고 성격을 규정했다. 외교적 격식 등을 감안하면 김 상임위원장이 북한 고위급대표단의 단장으로서 격에 걸맞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핵심관계자는 다만 펜스 부통령과 김 상임위원장의 만남에 대해서는 "펜스 부통령의 발언으로 볼 때 (북ㆍ미대화에) 소극적이고, 지금까지 해온 압박과 제재를 계속한다는 자세에서 큰 변화가 보이지 않아 (북ㆍ미대화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지만, 닫아놓을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앞서 지적한 대로 펜스 부통령의 발언들을 감안하면 미국이 먼저 대화의 손을 내밀어 북한과 접촉할 가능성이 그만큼 낮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어 북ㆍ미대화의 성사에 대해 "두 당사자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가 북ㆍ미대화를 성사시키는데 기여할 여지는 있지만 북ㆍ미 당사자의 의지가 뒤따르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따라서 여러 정황을 감안할 때 미국이 먼저 손을 내밀 상황이 아니라면 대화 의지를 보여주는 북한의 자세 변화가 조성돼야 한다. 평창올림픽의 개막일 일정을 감안하면 북한의 군건절 열병식이 열쇠가 될 수 있다.

북한이 열병식을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하고 탄도시사일을 과시하지 않는 등 미국에 성의를 보이는 자세를 보인다면 자연스럽게 모양새가 갖춰지게 된다. 청와대가 그런 분위기에서 다양한 가교 역할을 하고 미국이 받아들이는 형태가 가장 이상적이라는 의미다.

미국이 굳이 펜스 부통령과 김 상임위원장의 평창 회동에 부담을 갖는다면 어느 정도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은 상황을 만드는 것도 의미가 있는 진전이다. '펜스-김영남'의 직접 회동에만 매달릴 필요가 굳이 없다는 것이다.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북ㆍ미 대화는 언제든지 가능하다. 패럴림픽 기간 등을 감안해도 3월 중순에서 4월 초순까지 시간적 여유를 갖고 단계를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완주 정치사회 담당 선임기자 wjch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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