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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 속 태풍' vs '태풍 앞 풀잎'…최저임금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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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 속 태풍' vs '태풍 앞 풀잎'…최저임금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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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올해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정부와 소상공인간의 인식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과거 사례를 들며 원상회복될 것이라는 데 기대를 걸고 있지만, 소상공인들은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8일 기자간담회에서 "과연 물가가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올랐는가는 의문"이라며 최저임금발(發) 물가인상론을 일축했다. 최근 프랜차이즈부터 동네 식당까지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음식값을 올리면서, 외식업계를 중심으로 서민물가가 오를 수 있다는 우려에 답한 것이다.
이 차관보는 "2011~2012년 물가담당 국장을 하면서 남들보다는 물가에 대해 많이 안다고 할 수 있는데, 연초에는 물가가 오른다"며 "개인서비스가 연초에 조정을 많이 하고, 과거 3~4년간 (인상을) 안 했던 것을 하니까 계단식으로 뛴다"고 말했다. 최근의 잇단 물가 인상은 최저임금 인상 영향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연초 효과'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조정 효과도 얼마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최저임금이 각각 16.6%, 12.3% 올랐던 2000년과 2007년 사례를 돌이켜보면 오래 지나지 않아 고용 감소가 원상복구됐다는 게 정부 측의 설명이다. 이 차관보는 "당장은 영향이 없다고 말할 수 없겠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원상회복이 된다"며 "2007년에는 올해와 똑같이 전년 6월에 결정하고 그 다음해에 시행했는데, 연초 3개월 조정 후 숙박과 음식 모두 회복했다"며 "이번에는 일자리 안정자금이 있어서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과거 당시와 지금의 경기 상황은 다르다. 경기의 바로미터격인 소매판매지수(경상지수 기준)는 2000년과 2007년 각각 전년 대비 12.8%, 5.9% 증가했다. 내수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도 바로바로 상쇄될 수 있었다. 최근 5년간(2012~2016년)의 소매판매지수 증가율은 단 한 번도 5%를 넘은 적이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전망한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도 지난해(2.4%)보다 개선되긴 했지만 2.7%에 그칠 전망이다. 정부가 2년 연속 3%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공식화 했지만, 이 역시 2000년(8.9%)과 2007년(5.5%) 성장률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경기가 괜찮거나 물가를 올릴 수 있는 상황이라면 최저임금의 인상 여파가 상쇄되는 것이 맞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과거와 비슷하게 갈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며 "경기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결국 물가를 올리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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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계가 불붙인 물가인상은 생활용품까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대형 프랜차이즈 KFC와 롯데리아, 놀부부대찌개, 신선설농탕 등이 가격을 줄지어 올린 데 이어 샤넬ㆍ바비브라운ㆍ불가리 등 화장품 업계도 향수와 메이크업 제품의 가격을 2~5% 올렸다. 가구업계에서도 시몬스가 매트리스 10여종의 가격을 5%, 현대리바트가 침대ㆍ식탁류 가격을 3~4% 인상한다.

소상공인 업계에서도 이 차관보의 발언에 대해 '현장을 잘 모르고 하는 말'이라며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현재 소상공인들이 일제히 가격을 올리는 것은 최저임금 인상을 반영한 것"이라며 "정부의 편승인상 단속에 눈치를 보느라, 최저임금 때문에 가격을 올리더라도 원자재가 인상 등 다른 핑계를 대는 업주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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