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정치]'1987'은 文에게 촛불…安에겐 개헌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구 CGV에서 영화 '1987'을 관람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서울 용산구의 한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6월 민주항쟁을 그린 영화 '1987'을 관람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말을 잇지 못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야당은 "눈시울을 적시는 모습이 연출됐다"며 공격했다. 이를 통해 국가 최고 지도자가 지난 시대의 아픔을 공유했다는 메시지를 담백하게 전달한 셈이다.

정치인에게 영화 관람은 어떤 의미일까. 대중에게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는 한편 소통을 위한 창구로 애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인이 어떤 영화를 보고, 어떤 메시지를 내는지는 늘 정치권의 화두가 돼왔다.

정치색이 짙은 영화인 1987을 두고 6월 민주항쟁을 바라보는 시각만큼이나 정치권의 평가가 제각각이다.

문 대통령은 영화 관람 후 "역사는 긴 세월을 두고 뚜벅뚜벅 발전해 오고 있다. 우리가 노력하면 바뀐다"며 "정권교체를 하지 못해 여한으로 남게 된 6월 항쟁을 완성한 게 촛불항쟁"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영화를 보는 내내 울면서 아주 뭉클한 마음으로 봤다"고 강조했다. 무대에 오른 뒤 북받치는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1987년이라는 시점에 대해 개헌을 강조하고 있다. 안 대표는 지난 3일 이 영화를 지도부, 당직자들과 단체 관람했다. "1987년은 대한민국 민주화의 정말 중요한 이정표가 된 해이자 개헌이 된 해"라며 "대한민국이 어떤 과정을 거쳐 민주화가 됐는지와 그때의 정신을 되새겨 공감대가 형성되면, 올해 개헌논의에 더 많은 국민들의 열망이 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1987 대신 북한의 급변사태를 다룬 '강철비'에 더욱 관심을 보이고 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지난달 29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연말에 보러 갈 것"이라며 "남북관계에 상당히 의미 있다며 꼭 보라고 추천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나경원 의원도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강철비의 양우석 감독을 초청해 상영회를 열었다. 홍 대표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 강효상 대표 비서실장은 "남한의 안보를 위해 전술핵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정치인들의 영화 관람이 관심을 끄는 것은 관람 행위 그 자체에 직간접적인 정치적 메시지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들도 영화를 이용해 메시지 전달에 적극적 나섰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화려한 휴가'를 관람하며 눈물을 보인 바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본인의 인생사와 비슷한 내용을 담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관람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산업화 세대의 고난을 그린 '국제시장'을 본 후 "감동적인 영화를 정말 잘 봤다. 앞으로도 이런 좋은 영화를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영화를 두고 정치적 배경에 따라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추석 연휴기간 상영된 '남한산성'은 북핵위기와 맞물려 엇갈린 해석이 나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외교적 지혜와 국민적 단결이 필요한 때"라며 외교적 해법에 방점을 찍었다.

반면 홍 대표는 "나라의 힘이 약하고 군주가 무능하면 고스란히 백성의 몫이 된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다"며 정부와 여당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