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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라이트]촛불·광장 다시 만나는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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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우현 & 김태리, 그때는... 지금은...

[라임라이트]촛불·광장 다시 만나는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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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시위나 투쟁은 공동선을 추구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1987년 6월,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나왔다. "호헌 철폐! 독재 타도!" 앞자리에 배우 우현(53)도 있었다. 연세대 총학생회에서 사회부장으로 활동했다. 그해 7월 태극기를 들고 이한열 열사의 장례 집회를 진행한 모습은 오늘날에도 회자된다. 그는 손사래를 쳤다. "지난겨울 촛불집회를 주도한 시민들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죠." 우현이 참여한 장대한 촛불 행렬에는 배우 김태리(27)도 있었다. "'나만 잘살면 돼'라는 생각이 위험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촛불을 들면서도, 영화 '1987'을 촬영하면서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으로 촉발된 1987년의 민주화 투쟁을 그린 작품. 광장으로 향했던 두 배우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모두가 주인공인 과거와 오늘의 기억이다.
#우현 "시민의 힘은 위대하다"

-1987에서 치안본부장을 연기했다.
"뒤늦게 출연 제의를 받고 기뻤다. 잊을 수 없는 해를 조명한다는 사실만으로 뜻깊었다. 대학교 4학년이었다. 대통령간선제를 고수하겠다는 전두환 대통령의 4ㆍ13 호헌선언이 있었다. 국민 대다수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드러나면서 나라 전체가 분노로 들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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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에서 앞자리를 맡았다.
"의문사 등 이전에도 많은 죽음이 있었다. 이한열 열사도 다르지 않았다. 경찰이 공중으로 조준해야 하는 최루탄을 그를 향해 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이한열 열사의 죽음으로 양상은 크게 달라졌다. 시민들이 동참하기 시작했다. 상인들이 음식과 신발 등을 건넸고, 직장인들이 건물 위에서 휴지와 치약을 떨어뜨렸다. 박수를 치며 호응하는 모습에 '이게 시민의 힘이구나'하고 감탄했다."
-두렵지 않았나.
"무서웠다. 내 행위가 정당하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싸울 수 있었던 것 같다. 할 수 있는 일은 저항뿐이었다. 거리에 나가서 목소리를 냈다. 많은 이들이 함께 한 그때도 두려움은 가시지 않았다. 대학교 재학 중 한두 달 간격으로 자살 소식이 들렸다. 누가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몰랐다. 빨리 많은 사람들에게 사실을 알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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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에 암울한 공기가 잘 담겼다고 생각하나.
"아직 보지 못했다. 다음 달에 아내와 조용히 감상할 생각이다. 좋은 작품에 누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 마음을 가다듬을 준비도 필요하고. 시나리오는 훌륭하다. '이제야 1987년을 관통하는 영화가 나왔구나'라고 생각했다."

-이한열 열사의 장례 집회에서 사회를 본 모습이 다시 거론될 것 같다.
"투사처럼 비춰지는 것이 부담스럽다. 나뿐 아니라 모두가 아파하고 고민하며 살았다. 30년 전에는 경찰의 진압이 폭력적이어서 어쩔 수 없었지만, 폭력으로 맞대응하기보다 질서를 지키는 편이 훨씬 낫다. 파급력도 훨씬 세다. 가족, 친구, 심지어 어린아이까지 데리고 나올 수 있으니까. 세상은 분명 계속 좋아지고 있다."

#김태리 "광장 속에 희망이 있다"

-1987에서 몇 안 되는 가공의 인물 연희를 연기했다.
"장준환 감독이 당시 평범한 사람들, 나아가 지금의 그 사람들까지 대변하는 배역이라고 했다. 부담스러웠다. 내가 평범하니까,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자 했다. 연기하면서 내가 어떤 사람이고, 세상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돌아볼 수 있었다. '나만 잘 살면 돼'라는 생각이 위험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런 면에서 연희와 닮은 점이 많다. 가족이 가장 소중한 울타리다. 여기서 비롯된 신념과 가치관이 당시 정서에 반하는 듯하나, 결국 같은 곳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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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를 많이 했던데.
"책과 다큐멘터리를 찾아보며 공부했다. 유시민 작가의 '나의 한국현대사' 등이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벌어진 남영동 대공분실도 탐방했다. 복도에서부터 서늘한 기운이 밀려들었다. 시위진압 경찰에게 쫓기는 신을 촬영하면서 30년 전 대학생들의 공포를 간접 체험했다. 아수라장에서 누가 때릴지 모른다는 생각에 숨이 막혔다. 최루탄이 터지는데 저절로 비명이 나왔다."

-메이킹 필름에서 감정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 여러 차례 나오더라.
"내 연기가 가짜처럼 느껴졌다.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도 있었고. 특히 감정 연기에 애를 먹었다. 무언가에 가로막혀 헤매는 느낌이었다. 장준환 감독이 천천히 연희의 모습을 찾으라며 배려해줬다. 이렇게 어려워하는 모습이 정상이라면서 고민이 깊을수록 진짜에 다가갈 수 있다고 격려해줬다."

-지난겨울 출연을 결정하고 광화문 촛불집회에 나갔다.
"내 의지로 참여한 첫 시위였다. 집에서 쉬고 있으면 죄책감이 들 것 같았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비판한다면 거리로 나가 목소리를 내야 옳다고 생각했다. 광장에 나가 사람들을 보니 슬펐다. 추운 날씨에도 자신의 일과 삶을 뒤로 하고 한마음으로 힘을 내는 모습에 가슴이 울컥했다. 연희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경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가만히 있으면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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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과 불안에 사로잡힌 또래를 대변하는 듯하다.
"미래를 위한 준비가 중요해진 세대다. 잘 살기 위해 무언가를 많이 해야 한다. 그런 친구들이 모든 일을 다 제쳐 놓고 광장으로 나온 건 그것이 옳다는 믿음이 있어서다. 세상은 위대한 사람들로만 돌아가지 않는다. 연희 같은 평범한 대중의 힘이 더 중요하다."

-연희가 본 광장은 조금 다를 것 같다.
"종교가 없지만, 거기에 빠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일종의 구원처럼 느껴졌다. 역경에 빠진 연희와 그녀의 가족들에게 큰 힘이 될 것 같았다. 관객도 같은 감정을 받았으면 한다. 이 슬픔에서 분노를 느끼기보다 그 속에 있는 희망을 찾았으면 좋겠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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