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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영화읽기]'신과 함께', 한국 VFX의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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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영화읽기]'신과 함께', 한국 VFX의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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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그래픽 통해 2200개 샷 완성…美 데스밸리 등 찾아 대자연 탐구
배우 얼굴 일일이 수작업…"이제 VFX는 세련된 영상 위한 필수 요건"

주호민(36)의 '신과 함께'는 단행본만 45만권 이상 팔린 웹툰이다. 평범한 남자 김자홍이 저승에서 49일 동안 일곱 번 재판을 받는 과정을 그린다. 그림체는 단순하다. 배경인 저승이 구체적으로 표현되지 않았다. 주호민이 영화감독 김용화(46)로부터 영화화를 제안 받고 "이 내용을 어떻게 영화로 만들겠다는 거지"라며 의아해한 이유다. 지옥에 대한 한국적 세계관, 특히 과거 문화적 요소가 적어 자료를 참고하는데 한계도 있었다.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에는 특수효과(Visual FX) 샷이 약 2200개 들어갔다. 대부분 컴퓨터그래픽 기술을 통해 완성됐다. 특별히 개발한 소프트웨어와 슈퍼컴퓨터 작업에 1000명 이상이 투입돼 일곱 가지 지옥을 연출했다. 살인지옥(화탕영도), 나태지옥(삼도천), 거짓지옥(검수림), 불의지옥(한빙협곡), 배신지옥(백염광야), 폭력지옥(진공심혈), 천륜지옥(천고사막) 등이다. VFX를 총괄한 정성진 덱스터 디지털본부장은 "대자연의 현상을 탐구하고 활용하기 위해 불모지인 미국 캘리포니아 주 남동부의 데스밸리, 몽골고원의 고비사막 등을 다녀왔다. 대자연의 규모와 특징을 부각하면서 특정 물성에 어울릴 만한 다양한 이미지를 섞어놓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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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과 연기로 가득한 화탕영도에서는 제철소와 화신(火神)의 이미지가 돋보인다. 살인했거나 살인의 원인을 제공한 망자들이 용암이 들끓는 불구덩이에 들어간다. 국내 영화에서 보기 드문 디지털 군중 시뮬레이션 기술이 적용돼 망자들의 절규하는 모습이 제각각 다르게 그려진다. 김용화 감독의 전작 '미스터 고(2013년)'에서 표현한 야구장의 관중보다 훨씬 정교하다. 삼도천에서는 광활한 자연의 웅장함과 함께 색다른 공포를 전한다. 나이아가라와 이구아수를 연상케 하는 대규모 폭포에 사람의 얼굴을 닮은 물고기(인면어)를 배치했다.

가장 공을 들인 지옥은 검수림(잎사귀가 칼인 나무들의 숲)이다. 나무를 만지면 가지가 몸을 휘감아 구석구석 도려낸다. 풍경은 브라질의 밀림과 한국의 솔숲을 섞은 듯하나, 모두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었다. 정 본부장은 "저승과 이승의 숲에 차별을 둬야 했기에 어떤 이미지도 결합할 수 없었다. 칼날 잎은 물론 나무 기둥과 풀까지 그려 데이터의 양이 어마어마하다"고 했다. 작업에는 덱스터에서 개발한 환경표현 소프트웨어 'zennV'가 사용됐다. 대규모 환경표현 기술로, 많은 데이터를 조절할 수 있다. 정 본부장은 "아직 미국 할리우드가 앞서지만, 기술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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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FX의 향상은 김동욱(34)이 연기한 김수홍의 원귀만 봐도 단번에 알 수 있다. 빠르게 돌아다니는 귀신의 모습을 낮 신에 삽입했다. 이런 영상은 실내 세트에서 촬영한 실사를 컴퓨터그래픽과 합성하는데, 조명 값의 차이가 커 어색해 보이기 쉽다. 덱스터는 편집에서 모션 캡처를 이용해 인물의 표정을 하나하나 추적하고 데이터를 입혔다. 영화의 문을 여는 김자홍(차태현)의 추락 신을 빼놓을 수 없다. 카메라가 촬영할 수 없는 앵글을 나눠 촬영하고 디지털 작업으로 자연스럽게 붙였다. 정 본부장은 "차태현씨가 와이어에 계속 매달려 있어야 했다. 카메라가 흔들리는 인물을 잡아내기가 쉽지 않아 촬영을 여러 번 했다"며 "아무 것도 없는 공간에서 멧돼지에 물려 아파하는 모습이나 물속에서 소를 건져내는 연기를 실감나게 보여줬다"고 했다.

배우들이 VFX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있다. 저승차사 강림을 연기한 하정우가 대표적이다. "후반 작업에서 제작진이 고생을 많이 한 것 같다. 이마에 났던 여드름이 깨끗이 지워졌다"고 했다. 초당 스물네 장으로 구성된 이미지들을 하나하나 지우고 수정하는 어려운 작업이다. 정 본부장은 "하정우씨뿐 아니라 다른 배우들의 샷들도 피부를 좋아 보이게 하려고 일일이 수작업을 했다. 촬영할 때마다 피부 상태가 달라 어쩔 수 없이 VFX의 힘을 빌려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VFX는 세련된 영상을 위한 필수 요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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