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야당 "여가부, 두 용어 혼용하면 굉장히 위험…큰 혼란 올 것"…與 "정치적 공격"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여야 정치권에서 '성평등'과 '양성평등' 용어를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헌법개정 논의에서 한 차례 불거졌던 논쟁이 20일 여성가족부의 제2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 발표를 앞두고 또 다시 촉발됐다. 여가부가 성평등과 양성평등 용어를 혼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 발단이 됐다.
여가부는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제2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에 '양성평등기본법'상 용어를 기준으로 두 용어를 혼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초 여가부는 양성평등이란 표현을 성평등으로 대체하려 했지만 종교계와 동성애 반대 단체의 반발에 부딪치면서 계획을 이같이 수정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송희경 한국당 의원은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여가부가 양성평등의 근간을 해치지 않겠다고 구두보고를 했다"면서도 "당에서는 (두 용어를 혼용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는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성평등 용어에 대해 "언뜻 남성과 여성을 평등하게 하자는 걸로 들리지만 그 안에는 수 십 가지 성소수자를 평등하게 보자는 것이라서 굉장히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두 용어 논란은 안철상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등장했다.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은 19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양성평등이 맞다고 생각하나, 성평등이 맞다고 생각하나"라고 물었고, 안 후보자는 "우리 헌법이라든지 민법의 혼인에 대한 규정은 모든 것을 양성평등으로 규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지 의원이 "성평등보다 양성평등이 현실에 맞나"라고 되묻자 안 후보자는 "기본적으로 그렇다"고 밝혔다. 지 의원은 "두 용어를 함께 쓴다면 매우 큰 혼란이 오고 소송도 제기될 것이다. 소신을 버리지 말라"고도 당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두 용어 사용에 대해 명확한 당론을 정하진 않았다. 그러나 용어 논란으로 정부의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는 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성평등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또한 국정자문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해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젠더폭력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등 보수정권이 그동안 여성의 사회진출과 복지정책에 초점을 맞췄다면, 문재인 정부는 성평등과 인권보호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그러나 때 아닌 용어 논란이 일면서 이러한 국정과제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여가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성평등이 마치 동성애 조장하는 것처럼 보수진영에서 정치적 공격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14년 여가부 소관 핵심법인 '여성발전기본법'을 보수진영에서 '양성평등기본법'으로 명칭을 바꾸자고 하는 걸 민주당에서 막지 못했다"며 "법상에 양성평등기본법으로 되어 있으니 그에 맞게 기본계획을 세우라는 게 보수진영의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애초에 여성발전기본법은 성평등 사회를 지향하기 위해 만든 법"이라며 "'젠더 이퀄리티'(Gender Equality)라고 하면 외국에서는 성평등이라는 의미로 더 많이 쓰인다"고 덧붙였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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