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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한국GM 철수설에…지역경제 "IMF보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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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가동률 30%까지 떨어지자
수당 못 받은 직원 지갑도 닫아
국감서도 철수 질문엔 회피만

지난달 31일 찾은 전북 군산시 한국GM 군산공장 동문 근처에 노조가 걸어둔 플래카드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지난달 31일 찾은 전북 군산시 한국GM 군산공장 동문 근처에 노조가 걸어둔 플래카드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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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기하영 기자]"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때보다 더 어렵습니다. 그 때는 나아질 거란 희망이라도 있었죠. 한국GM 마저 떠나면 문 닫는 가게가 수두룩할 겁니다."

지난달 31일 찾은 전북 군산시 경암동. 이곳에서 10년 넘게 고깃집을 운영하는 음식점 주인은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요 몇 년 사이 단체로 오는 회식이나 외식이 점점 줄고 있다"며 "장사가 안 돼 아예 가게를 접는 이들도 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한국GM 철수설이 돌면서 군산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한국GM 군산공장은 현대중공업 군산 조선소와 함께 지역경제를 책임지는 버팀목이었다. 군산공장에 근무하는 직원과 136개의 협력사 직원까지 포함하면 1만명이 넘는 근로자가 군산공장과 연결 돼 있다. 그러나 한국GM이 판매부진을 거듭하면서 군산 공장의 가동률은 30%까지 떨어졌다. 특근과 주말 수당을 받지 못한 직원들의 씀씀이도 줄면서 지역경제 역시 가라앉고 있다.

이 날 오후 1시쯤 찾은 한국GM 군산공장의 정문은 닫혀있었다. 간혹 납품을 위한 차들만 오갈 뿐 공장 내 인기척이라곤 찾을 수 없었다. 공장 주변엔 한국GM 노조가 걸어둔 '우리의 소중한 일터 노동자 총 단결로 사수하자' 등 플래카드만이 바람에 흔들렸다. 군산공장 비정규직 수백 명은 최근 일감이 없어 해고를 당했다. 공장 관계자는 공장가동을 묻는 질문에 "오늘은 (공장)가동을 하지 않는다"며 짧게 답했다. 현재 군산공장의 가동일은 한 달에 주간 1교대 7~8일에 불과하다.

군산시청 1층에 전시된 한국GM 쉐보레 차량

군산시청 1층에 전시된 한국GM 쉐보레 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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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군산 주민들 사이에는 한국GM이 3년 안에 철수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 한국GM 사장이 '철수를 안하겠다'는 말 대신 '경영 정상화하겠다'는 말만 반복하면서 철수는 기정사실화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군산주민 역시 "이 동네에선 다 한국GM 군산공장을 철수하는 걸로 알고 있다"며 "연말부터 뭔가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고 뒤숭숭한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따라 군산 경제는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한국GM 협력업체 여러 곳이 밀집한 군산시 소룡동 주변은 서너 건물 당 하나 꼴로 임대 문구가 붙은 빈 상가들이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옷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식당, 술집도 장사가 안 되는 데 옷가게는 오죽하겠냐"며 "정부가 나서서 한국GM 공장 철수를 막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 힘을 보태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산 주요 상권 중 한 곳인 경암동 거리 역시 오후 내내 한산했다. 오후 6시, 저녁 장사는 시작됐지만 손님 맞을 준비로 바빠야 할 식당 불은 꺼져있었다. 두세 건물 당 하나씩 불 켜진 식당 역시 왁자지껄함 대신 TV소리만 조용히 흘러나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군산시 역시 한국GM 군산공장 살리기에 나섰다. 군산시는 노사민정 상생협의체를 구성해 군산공장을 지원하고, GM차 사주기 결의대회 개최와 시민단체를 통한 군산공장 살리기 캠페인도 전개할 예정이다. 군산시 관계자는 "한국GM은 군산의 향토기업이나 다름없다"며 "현대중공업 조선소도 가동을 멈춘 상황에서 한국GM 공장마저 문을 닫으면 군산 지역경제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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