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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침묵' 속 또다른 중장년의 이면 연기 최민식

배우 최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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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시민'의 변종구와 닮았지만 '침묵'의 임태산에겐 진실된 사랑 있어
"최근 작품들 흥행 실패했지만 새로운 주관 돋보이는 연기 하고파"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최민식(55)은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다. '명량(2014년ㆍ1761만5152명)' 등 많은 영화들을 흥행으로 이끌었다. 우여곡절을 겪는 배역의 심리를 실감나게 전하면서 또 다른 내면을 꺼내 보이는데 달인이다. 대부분 감정 변화에 주목하는 드라마에서 빛을 발휘한다. 근래 출연한 작품들의 성격도 다르지 않다. 그런데 흥행에는 실패했다. 제작비 170억 원이 투입된 '대호(2015년)'는 176만2742명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제작비 100억 원을 쓴 '특별시민(2017년)'도 136만2634명에 머물렀다. 구성, 연출 등에 문제가 있어도 배우의 이름값을 감안하면 뼈아픈 결과다. 최민식은 실패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직접 대답하지 않았다.
-'악마를 보았다(2010년)'의 장경철,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2011년)'의 최익현, '신세계(2012년)'의 강과장, 특별시민의 변종구 등 2010년 이후 악랄한 배역들을 많이 연기한다.
"흥행한 영화에서 회자되는 연기를 계속 재생산하는 듯하다.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대중은 이미 경험한 문화에 익숙하니까. 하지만 배우에게는 분명 쉽지 않은 길이다.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유독 현대물에서 이런 면이 자주 나타난다. 많은 감독들이 최민식씨의 얼굴을 통해 성공한 중장년의 이면을 보여주는데 혈안이 돼 있는 듯하다.
"나쁜 놈처럼 생기진 않았는데(웃음). 비슷한 연기를 하는 게 쉽진 않다. 대사나 표정 등에서 차별화를 꾀해도,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보다 맛있게 연기하는 데 몰두한다. 인물의 심리와 대사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제대로 그릴 수 있다면, 기시감이 느껴져도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중문화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보니 오락적인 면을 간과할 수 없는 듯하다. 많은 영화에서 비슷한 이미지가 소비되더라도 결국 그것이 내 경력이 되고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게 된다."

영화 '침묵' 스틸 컷

영화 '침묵'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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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색깔을 낼 수 있는 배역에 갈증이 상당할 것 같은데.
"연기를 하다 보면 이전에 연기했던 모습이 연상될 때가 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민감하게 반응하면 배역 선택에서 그것이 기준이 되어버리고 만다. 비슷한 색깔 때문에 선택을 주저하고 싶진 않다. 영화를 이기적으로 찍고 싶다. 그런 압박과 비판에서 자유로워지고 싶다.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을 맡았을 때가 그랬던 것 같다. 영화가 잘 될 거라는 확신이 서지 않았는데, 이야기가 매력적이어서 출연을 결심했다. 마음이 앞섰는데 결과적으로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그러나 근래 출연작들은 흥행에 실패했다. 신세계나 범죄와의 전쟁 등은 다른 배우들도 상당히 부각돼 최민식 씨를 볼 때 기시감이 덜 했으나 홀로 극을 이끌고 간 대호나 특별시민 등에서는 한계가 보였다.
"영화를 소비하는 분들이 내게서 어떤 모습을 보고 싶은지 알고 싶다. 어떤 배우든 기시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동안 출연한 작품들의 영향도 있겠지만, 이미지가 재생산되는 흐름을 바꿀 힘이 (내게는) 없다. 주어진 상황에서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그 노력이 수치(數値)로 평가되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야 한다."

영화 '침묵' 스틸 컷

영화 '침묵'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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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개봉하는 '침묵'은 다를까. 재력과 사랑을 모두 쟁취한 남자 임태산(최민식)의 이야기. 어느 날 약혼녀이자 유명 여가수인 유나(이하늬)가 살해당하고, 용의자로 딸 임미라(이수경)가 지목된다. 임태산은 딸을 무죄로 만들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파악하며 진실에 다가간다. 임태산은 특별시민에서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하는 변종구와 많이 닮았다. 약육강식의 사회에서 성공한 중장년으로, 이면이 치열하고 쓸쓸하다. 당연히 표정, 호흡, 행위 등에서 비슷한 모습이 여러 차례 나온다. 다만 최민식의 얼굴에서 한동안 볼 수 없었던 멜로가 가미돼 단조로운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뒤늦게 찾아온 중년의 진실한 사랑이다. 어쩌면 정형화된 연기에 지친 최민식이 이 영화에 참여한 이유일 수 있다.

-임태산과 변종구는 닮은 구석이 많다. 특히 성공한 중장년의 이면에 집착한다는 점이 그렇다.
"마무리를 짓는 방식은 확연히 다르다(웃음). 참회와 회복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모든 것을 포기했을 때 비로소 아버지로서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변종구와 비슷한 면이 많긴 하다. 적잖은 신에서 충분히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아무래도 최민식이라는 육체로 그려지다 보니 교집합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인물 관계가 다르고 영화의 지향점이 다르기에 아주 똑같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더구나 이 영화는 엄청난 반전을 숨겼다. 그 부분이 공개되면 많은 관객이 내 얼굴에서 다른 면면을 느껴주실 수 있으리라 본다."

배우 최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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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은 혼자서는 못 삽니다', '돈이 진심입니다'와 같은 교훈적인 대사들에서 유독 기시감이 강했던 것 같다. 상대방을 관객이라 여기고 말하는 방식 말이다. 너무 표정이 진지해서 웃음이 나왔다.
"의도했던 바다. 관객이 웃어주길 바랐다. 고지식해 보이는 속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그게 임태산의 철학이고, 삶이라고 봤다. 관객이 재미있게 대사들을 들으면서 임태산의 전사(前事)를 조금이나마 파악하길 바랐다. 특별시민에서 구사했던 방식이긴 하나, 대사를 맛깔나게 읊는다면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부녀 관계도 흥미로웠지만, 오랜만에 최민식씨의 얼굴에서 드러나는 진한 사랑이 인상적이었다.
"이하늬 씨의 연기 덕이다. 특히 마지막 표정이 맑으면서도 애처로워서 애틋한 감정을 쉽게 잡을 수 있었다. 반응에 가까운 연기였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그녀가 해주는 대로 따라가다 보니 좋은 연기가 나왔다."

영화 '침묵' 스틸 컷

영화 '침묵'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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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멜로 연기 때문에 많은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침묵에 출연한 것 같다. 비슷한 연기만 해오다가 오아시스를 만난 듯한 느낌을 받았을 듯싶다.
"그런 면이 없지 않다. 배우로서 욕심이 더 많아지고 있으니까. 이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동료를 만나고 싶다. 변신을 하겠다는 다짐은 아니다. 복수, 사랑, 우정 등 평범한 이야기도 어떤 시각이냐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새로운 주관이 돋보이는 틀에서 다채로운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 특히 드라마가 좋은 코미디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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