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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의 도시이야기]아파트 역사 고스란히 담은 '뱃사람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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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대단지·재건축 아파트 첫선
무너진 와우, 주택정책 큰 영향


1963년 항공촬영한 마포아파트 전경<사진:국가기록원>

1963년 항공촬영한 마포아파트 전경<사진:국가기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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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마포(麻浦)라는 지명은 우리말이자 근처 포구였던 '삼개'를 한자로 옮긴 것으로 조선시대 후기에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삼개란 뽕나뭇과 한해살이풀을 뜻하는 삼밭이 있던 강가라는 의미와 함께 인근 용산강과 양화진을 합해 삼호(三湖)라고 했던 게 시간이 흐르면서 바뀌었다는 설이 있다.
마포는 용산강 하류의 포구로 서울 남서쪽의 운수교통량이 많은 5개 강 가운데서도 가장 붐볐던 곳이다. 다른 포구에 비해 왕이 살던 궁이나 장안이 가까웠기 때문이다. 아래 지방의 곡식과 젓갈류가 특히 많이 모였고 마포구 내 염리동은 이곳을 자주 왕래하는 소금장수들이 집단 거주지에서 이름을 따왔다.

예부터 상인들 왕래가 잦았던 데다 뱃사람을 위해 굿을 벌이기 위한 무당, 풍경을 즐기는 문인도 자주 찾는 동네였다. 노래로도 있는 마포종점은 1899년 개통해 1960년대까지 운행한 전차의 종착지로 현 지하철 마포역 인근에 있었다고 한다.

현대 사회로 넘어온 이후 마포를 얘기하면서는 아파트를 빼기 어렵다. 1961년 착공한 마포아파트는 국내 대단위 아파트의 효시로, 경제개발5개년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당시 시행을 맡은 대한주택공사(현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총력을 기울인 사업"으로 표현할 정도로 혁신적인 건축기술을 모두 도입하겠다고 해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일부는 실제 공사과정에서 기술력이나 자재 부족으로 실현되진 못했다. 입주 후에는 연탄가스 배출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며 거주민들이 불안해하자 주공 직원이 직접 술을 마시고 하룻밤을 지내는 인체실험을 감행하기도 했다. 물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전까지 단독주택을 짓던 주공은 마포아파트 이후 아파트만 짓게 된다. 1994년 국내 첫 아파트 재건축으로 기록된 마포삼성아파트는 이 아파트를 헐고 새로 지은 건물이다. 삼성이 마포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이 사건은, 2000년대 이후 아파트시장에서 재건축 아파트의 위상이 갖는 점을 반추해본다면 '기념비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마포아파트와 함께 국내 주택정책 자체에 큰 영향을 준 와우아파트 붕괴사고 역시 마포를 배경으로 한다. 준공 4개월 만인 1970년 4월 부실공사로 무너진 이 아파트는 서울시가 지은 시민아파트로, 당시 사고 이후 서민층을 대상으로 한 아파트 건설사업은 힘이 빠지게 된다. 서민층을 위한 아파트는 이후 1980년대 중반에야 임대아파트 형태로 다시 추진된다.

사고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김현옥 전 서울시장은 박정희의 후배로 시장으로 있을 때 무수히 많은 개발사업을 추진해 '불도저'라는 별명을 얻은 이다. 당시 서울시 공무원으로 있었고 서울의 도시계획사를 정리했던 손정목 전 서울시립대 교수는 김 전 시장을 일컬어 일에 미쳤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와우아파트가 무너지지 않았더라면 서민층을 대상으로 한 주택정책은 물론 서울의 현재 모습도 지금과는 달랐을 테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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