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의 습격]①개미집에선 여왕개미 단 한마리만 알을 낳을까?

여러 여왕이 동시 통치하는 '붉은불개미'
여왕개미만 수백마리…여왕도 일하는 '애집개미'
일개미 서열 1위가 여왕되는 '그물등개미'

다른 일개미가 낳은 알을 먹어치우는 일개미의 모습. 보통 일개미가 몰래 알을 낳아 숨겨서 키울 경우, 다른 일개미들이 이를 찾아내어 없앤다.(사진=위키피디아)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남미 원산지의 대표적인 외래 해충으로 알려진 '붉은불개미'의 확산 우려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추석 연휴동안에도 계속된 방역작업을 지속했음에도 확산의 키를 쥐고 있는 여왕개미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으면서 방역당국도 긴장을 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4년 중국으로 퍼진 이후 올해 5월 일본으로 유입된 것으로 알려진 붉은불개미가 확산될 경우, 순식간에 전국으로 퍼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이 붉은불개미의 강인한 생존력과 함께 과연 여왕개미가 한마리에 불과했을지 여부다. 붉은불개미는 보통 단 한마리의 여왕개미만 있는 일반적인 개미 군체와 달리 여러마리의 여왕이 공동통치하는 경우가 발견된만큼, 단 한마리의 여왕개미만이 존재해 방역 도중 사망했을지, 연합군체의 여왕개미 중 어느 한마리가 살아남아 지하로 들어갔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는 것.

남미가 원산지로 알려진 붉은불개미. 여러 여왕이 각자 군체를 합쳐 더 큰 군락을 이루고 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사진=위키피디아)

벌목에 속하는 개미는 벌과 마찬가지로 보통 하나의 여왕개미만이 존재하고 다른 여왕개미가 존재할 경우, 서로 싸워 승리한 단 한마리만이 하나의 개미집을 통치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모든 종이 그렇지는 않다. 상황에 따라 여러 여왕개미가 각자 군체를 거느리고 연합해 사는 경우도 있으며 초창기 개미집을 건설할 때, 서로 연합해서 빠른 속도로 개미집을 크게 확장한 이후 권력다툼을 통해 살아남은 1인자가 모든 군체를 통치하는 등 생존환경에 맞춰 다양한 방식으로 번식한다.

사실 붉은불개미 뿐만 아니라 구한말 이후 한국에 크게 퍼져 주택에 개미집을 짓고 피해를 유발시키는 '애집개미(Monomorium pharaonis)'의 경우에도 하나의 개미집 안에 여왕이 많기 때문에 쉽게 박멸되지 않는 종으로 유명하다. 한 군체 내에 여왕개미가 수십~수백마리에 이르는 경우도 있으며 이들은 하루에 여왕개미 한마리당 약 400마리 이상의 일개미를 생산한다. 여왕개미가 죽어도 다른 대체 여왕개미가 많다보니 여왕개미도 밖에 나와 일개미들과 함께 일하기도 한다.

여왕개미 없이 서열 상위 일개미들이 수개미들과 교미해 알을 낳는 것으로 전해진 그물등개미(사진=위키피디아)

아예 여왕개미가 없는 개미도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대만, 동남아시아 등지에 서식하는 그물등개미의 경우에는 일개미들 중 서열 상위권에 드는 일개미들이 교미를 하여 알을 낳는다. 알을 낳는 일개미는 많은 경우 수천마리에 이를 때도 있으며 서로 어느정도 군체를 갖춘 후, 연합하거나 분열하거나 1인자 자리를 놓고 싸우기도 한다. 여왕이 따로 없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어느 일개미나 자리를 대신할 수 있기 때문에 무척 강한 생존력을 자랑한다.

사실 다른 보통의 개미종들도 일개미가 알을 낳을 수는 있다. 개미가 낳은 알은 보통 여왕개미가 수개미와 교미해 낳은 유정란과 일개미 혼자 낳은 무정란으로 나뉜다. 이는 모든 일개미가 암개미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유정란을 통해 태어난 일개미는 두쌍의 염색체를 갖고 태어나며 무정란에서는 한쌍의 염색체만 가진 수개미가 태어난다. 수개미는 자체적으로 어떤 일도 할 능력이 없고 오로지 교미에만 이용되므로 보통 일개미가 낳는 무정란은 유정란에 나온 일개미 에벌레의 먹이로 쓰인다.

일부 일개미들은 자신이 낳은 알이 이렇게 먹이로 쓰이는걸 막기 위해 숨겨서 키우기도 하는데, 다른 일개미들에게 걸릴 경우 알을 먹어서 없애고 해당 일개미도 죽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것은 아무 생산활동을 못하는 수개미가 교미 때 필요한 수 이상으로 증식할 경우, 전체 개미집이 식량부족으로 파산할 위험성을 안고 있기 때문이며 여왕개미가 뿜어내는 물질로 일개미들이 명령을 받는다는 설도 존재한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