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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의 도시이야기]은둔지서 유래된 70년대 주택난 해결사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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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이야기, 둔촌동
6000가구 초대형 재건축 진행
洞주민 이례적 동시이주


서울 강동구 둔촌동 항공촬영 모습

서울 강동구 둔촌동 항공촬영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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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하나의 동(洞) 안에 주거시설이 모두 아파트인 곳은 서울에 몇 곳이 있지만 강동구 둔촌동(정확히는 둔촌1동)의 경우는 조금 특별하다. 옛 아파트를 헐고 새 아파트를 짓는 재건축이 한창인데, 한 동안의 모든 아파트 거주민이 한꺼번에 거처를 옮기고 몇 년 후에는 미니 신도시급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기 때문이다. 6000가구 규모의 초대형 사업은 1990년대 들어 본격화된 국내 아파트 재건축역사에서도 단연 첫손에 꼽히는 규모다.
둔촌의 지명유래는 비교적 명확하다. 고려 말 벼슬을 지낸 이집은 당시 승려이자 현실정치에 깊숙이 개입했던 신돈의 박해를 피해 지금의 둔촌동 일대와 경북 영천 일대에서 숨어 지냈다. 이집은 호를 묵암자 혹은 남천으로 했는데 이후 피해 다닌 것을 잊지 않기 위해 둔촌으로 바꿨다고 한다. 둔(遁)은 달아나거나 숨는다는 뜻이다. 과거 경기도였다가 1963년 서울에 편입됐고 몇 차례 관할청이 바뀌다 인근 길동에서 분리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둔촌1동을 사실상 모두 차지하고 있는 둔촌주공아파트는 1970년대 이후 급증하던 서울인구와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추진됐다. 둔촌주공에 앞서 반포와 잠실 일대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조성하며 쌓은 노하우와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 넣으려 한 점도 눈에 띈다.

당시 아파트 건설을 추진한 대한주택공사(현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직전에 지은 잠실 일대 아파트가 모든 동이 같은 층으로 획일적인 도시경관을 양산한다는 지적에 따라 저층(5층, 1ㆍ2단지)과 고층(10층) 단지를 혼합하는 한편 평형도 다양하게 했다. 동별 거리나 단지 외 인근 주민의 접근성을 감안해 학교를 배치했고 인근에 상가와 병원 등 편의시설도 계획했다. 당시 축적한 경험은 이후 대규모 아파트 공급과 신도시 건설을 신속히 추진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아파트 용적률이 낮고 주거선호도가 높아 일찌감치 재건축 논의는 시작됐으나 단지규모가 워낙 커 우여곡절도 많고 사업도 더디게 진행됐다. 주민 등 조합원간은 물론 시공사까지 얽혀 돈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면서 2015년에는 사업이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다.

크고 작은 진통을 겪으면서 재건축사업의 마무리단계인 주민 이주가 지난 7월부터 시작됐고 한 달이 조금 넘은 현재 2382가구(이달 3일 기준, 37.8%)가 빠져 나갔다. 대규모 이주로 주변 강동구 일대나 하남까지 전세가가 많이 올랐다.

헌 집을 없애고 새 집을 짓는 과정이 특별한 의미를 갖는 건 둔촌주공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현상이다. 이 아파트와 비슷한 나잇대의 에코붐 초창기 청년을 중심으로 한 흔적 남기기 프로젝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과거 아파트 곳곳의 사진과 개개인의 추억을 한데 모은 잡지가 실제 출간되기도 했다. 단지 내 사는 길고양이의 새 거처를 위해 구청이 소매를 걷은 점도 흔치 않은 일이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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