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개발 양극화 심화
백사마을 정비계획 재추진..기존 구역 상당수 보전키로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지명은 과거 한천이라 불리던 중랑천에서 따왔다. 인근의 상계·하계동이나 월계동의 지명 역시 마찬가지다. 공통으로 들어간 계(溪)는 시내를 뜻하는 한자로, 중계동은 하천의 중간 즈음에 있다해 붙여졌다. 1963년 서울에 편입되기 전까지 경기도 양주군에 속해 있다가 1973년 도봉구로 편입됐고 1988년 노원구가 생기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라 불리는 백사마을도 중계동에 있다. 번지수(중계본동 104번지)에서 이름을 딴 백사마을은 1967년 당시 도심개발로 청계천이나 영등포의 판잣집을 철거하면서 밀려난 이주민들이 자리 잡은 터다.
백사마을의 탄생부터 지금까지의 발자취는 우리나라 현대 도시개발사의 어두운 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1960년대 이주 당시 한 가구당 만원씩 이주비를 받았고 산 중턱에 마련된 99.17㎡ 남짓한 천막이 전부였다고 한다. 이곳도 4가구가 나눠 쓰도록 했다. 개발에 따른 과실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이주와 철거, 그로 인한 고단함이 향하는 곳은 분명하다. 백사마을 거주민의 생활사는 마을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개발방식을 둘러싼 주민들 간의 대립, 정비를 맡은 공공기관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정비사업은 수년간 표류하기도 했다. 최근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지자체, 주민대표회의는 정비사업 시행약정을 맺고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백사마을 정비계획의 가장 큰 특징은 전면적인 철거 후 신축이 아니라 기존 구역 상당수를 보전키로 한 점이다. 2011년 서울시가 저층주거지 보전방식을 도입해 처음 적용한 마을이기도 하다. 기존 거주민의 공동체나 지역고유의 문화를 유지하려는 방안이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인 도시재생과도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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