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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노는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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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한국인은 고달프다. 다수가 절대적 빈곤에서는 벗어났지만 여전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보다 노동시간이 긴 나라는 멕시코 뿐이다.

한국인은 한 해 평균 8일 정도 휴가를 사용한다. 권리를 갖는 연차휴가는 보름이 넘지만 절반밖에 못 쓰고 있다. 여름휴가가 대개 닷새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외 휴가는 3일 뿐이다. 프랑스 사람들은 한 해 30일 이상의 휴가를 사용한다.
인류사적으로 보더라도 역대급이다. 로마의 연간 휴일은 120일 안팎이었으며 하루 노동시간은 7시간을 넘지 않았다고 한다. 중세 수도원의 하루 노동시간은 6시간 정도였다. 조선시대 머슴들보다 지금의 노동시간이 길다는 얘기도 있다.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1930년에 펴낸 저서 ‘우리 후손을 위한 경제적 가능성’에서 “2030년이면 하루 3시간만 일하면서도 경제적으로 풍요해 여가를 어떻게 잘 보낼지에 집중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예언대로 간다면 자본주의는 인간을 유토피아로 안내하는 통로가 되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노동시간에 관해서만큼은 역주행한 측면이 적지 않다. 그 정점은 고도의 압축 성장을 밀어붙였던 한국에서도 극명하게 표출됐었다. 1960~1970년대 한국의 생산 노동자들은 하루 10~12시간 노동은 다반사였고 밤샘 작업도 잦았다. 졸음을 쫓기 위해 각성제를 먹으며 버텨야 했다. 생산 현장에서의 인간은 기계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물론 지금 한국에서의 노동은 많이 변했지만, 아직도 장시간 노동의 덫에서는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은 한 사회의 지배적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는 큰 위력을 갖는다. 군인 출신 대통령 시절 어린 학생들이 학교 운동장에서 총검술을 배우게 하고, 국민의 머리카락 길이까지 단속했던 ‘병영 국가’를 연출했던 것이 극단적 사례라 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30일부터 여름휴가에 들어갔다. 취임 직후 이미 하루 휴가를 썼으며 21일에 이르는 연차휴가를 모두 쓸 것이라고 한다. ‘휴가의 경제학’이라는 용어가 빠르게 번져가고 있다.

네덜란드의 역사학자 요한 하이징하는 인간을 ‘호모루덴스(Homo Ludens·놀이하는 인간)’로 칭했다. 삶의 재미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놀이가 법률, 문학, 예술, 종교, 철학을 탄생시키는데 깊은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잘 놀아야 잘 산다. 잘 쉬어야 생산성도 높아진다. 의자에 앉아 오랫동안 뭉개고만 있어봤자 회사나 개인이나 모두 얻을 게 없다. 무엇보다 우리는 놀기 위해 일하지 않나. 일하기 위해 일하는 건 다소 서글프다. 잘 놀자.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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