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독재 경제몰락으로 쇠퇴
외국자본 들여 명성 재현 시도
[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 2005년까지 미얀마의 수도였던 양곤에 위치한 스트랜드호텔은 미얀마의 현대사와 운명을 같이한 역사적 산물이다.
스트랜드호텔은 1901년 싱가포르에서 래플즈호텔을 경영하는 아르메니아인 호텔왕 사키즈 형제가 만든 현대식 호텔이다. 현대의 5성급 호텔처럼 규모가 크진 않지만 영국 식민지 시대의 건축 양식으로 만든 이 호텔의 기둥과 우뚝 솟은 천장은 미얀마의 랜드마크였다. 1920년에 출간된 존 메러이의 '여행자를 위한 가이드북'은 이 호텔을 '수에즈 동쪽 최고의 호텔'로 선정했다. '달과 6펜스' '인간의 굴레'로 유명한 영국 작가 윌리엄 서머싯 몸과 '정글북'을 집필한 러디어드 키플링이 머문 호텔로도 유명하다.
위용을 자랑하던 스트랜드호텔도 미얀마 독립운동과 군사 쿠데타의 그림자를 피할 수는 없었다. 네 윈의 군부 독재와 함께 시작된 미얀마 경제의 몰락과 함께 호텔의 명성도 허물어졌다.
그랬던 스트랜드호텔이 최근 3년동안 진행된 25년 만의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손님을 맞고 있다. 올리비에 트린콴 리모델링 책임본부장은 "복도와 바닥을 공사하는 노동자들과 함께 열심히 복원에 힘썼다"며 "뭔가 특별한 것이 창조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 호텔은 현재 홍콩 사모투자회사 고 캐피탈 파트너스(GCP)의 호텔관리 및 투자부서와 미얀마 호텔관광부에서 공동 소유하고 있다. GCP는 스트랜드 호텔의 역사적 의미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현대적 시설을 접목시키는 데 중점을 뒀다.
그러나 스트랜드에 개방경제의 문턱은 높아 보인다. 민주화 운동 이후 개방된 미얀마에서는 신규 호텔이 줄지어 등장하며 고급 호텔간 경쟁이 치열하다. 외국 투자자본으로 과거 명성을 재현하기 위해 애쓰는 스트랜드호텔은 이제 막 개방 경제의 문턱에 들어선 미얀마의 모습과 겹쳐있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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