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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10개국을 가다]브루나이, 중국을 '베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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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일대일로' 위한 요충지…경제 파트너로 떠오른다

[아세안 10개국을 가다]브루나이, 중국을 '베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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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동남아시아 보르네오섬 서북 해안에 자리잡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회원국 브루나이가 중국과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 3월 브루나이 당국은 중국 저장(浙江)성 소재 항이(恒逸)그룹과 손잡고 합작사 항이인더스트리스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여기에는 총 35억달러(약 4조원)가 들어간다.
석유화합물 생산 및 정유 업체인 항이인더스트리스는 오는 2019년 연간 800만배럴의 석유, 150만t의 파라크실렌(폴리에스터계 섬유 원료), 50t의 벤젠을 생산하게 된다.

이는 브루나이 경제의 향방을 결정 짓는 획기적인 협약으로 평가 받고 있다. 세습 군주가 지배하는 엄격한 이슬람 국가 브루나이는 대개 중동 국가나 다른 이슬람 국가들과 교역ㆍ투자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분기 국제 유가가 곤두박질치자 브루나이도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브루나이에 대한 중국의 투자는 8600만달러로 급증했다. 2015년 브루나이에 대한 중국의 총 투자액은 960만달러였다.
지금까지 브루나이에 대한 중국의 총 투자 규모는 6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ㆍ과거 융성했던 유라시아의 육상 및 해상 무역로를 중국 중심으로 재건하는 프로젝트)' 덕에 더 늘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월 양젠(楊健) 브루나이 주재 중국 대사는 "브루나이가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건설 계획을 갖고 있다"며 "브루나이는 중국에 매우 중요한 나라"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는 최근 브루나이를 세계 제5의 부국으로 평가했다. 브루나이가 엄청난 석유ㆍ가스 매장량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브루나이는 동남아 중심부와 남중국해로 진출하려는 중국의 전략에 안성맞춤인 지리적 요충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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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브루나이와 중국의 경제관계는 에너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중국의 석유 수요는 2015년 3.1% 늘었다. 그러나 지난해 2.5%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래도 올해 1분기 세계 최대 석유 수요국은 중국이다. 지난 3월 중국은 하루에 석유 921만배럴을 수입했다. 전달보다 11% 증가한 것이다.

요즘 브루나이와 중국의 관계는 석유 교역을 넘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중국에서 내로라하는 이동통신업체 차이나텔레콤글로벌(中國電信國際)은 지난해 4월 텔레콤브루나이와 손잡고 브루나이의 통신망을 확장 중이다.

같은 해 7월 중국 광시좡족자치구(廣西壯族自治區) 소재 하이스퉁(海世通)식품은 브루나이 측 파트너와 제휴해 어류 양식업체를 설립했다. 중국 당국은 양국 공동 어류양식연구소를 출범시키기 위해 전문가들까지 파견했다.

중국의 전기자동차 제조업체 성룽신에너지(盛隆新能源)는 지난해 9월 브루나이에 전기차, 재생에너지 전지 자동차 조립공장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베이부(北部)만항그룹은 중국 당국의 전략적 투자에 발맞춰 지난 2월 브루나이 국영 업체와 손잡고 브루나이 최대 컨테이너 터미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중국은행은 브루나이 수도 반다르스리브가완에 첫 지점을 열었다. 현지 중소기업에 자금을 제공해 이른바 '규모의 경제'로 글로벌 경쟁력이 생기도록 도와주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투자는 브루나이가 에너지 수출 일변도에서 벗어나 제조업ㆍ서비스업으로 경제를 다각화하려 애쓰는 때에 이뤄진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브루나이의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60% 이상이 석유ㆍ가스에서 비롯됐다. 브루나이 정부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석유ㆍ가스는 브루나이의 총 수출 규모 중 95%, 정부 매출 중 90%를 차지한다.

2015년 시작된 유가 하락은 지금도 이어져 브루나이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브루나이는 전통적으로 공공서비스가 후해 인구 40만명이 풍요를 누렸다. 그러나 수출에서 비롯되는 매출이 줄자 브루나이 정부는 지출과 공공서비스를 줄였다.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사진=블룸버그뉴스).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사진=블룸버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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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전략적으로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의 '비전 브루나이 2035'에 눈 돌렸다. 비전 브루나이 2035는 10년 전 출범한 장기 계획으로 석유ㆍ가스 의존도를 줄이고 브루나이를 새로운 '이슬람 싱가포르'로 자리매김하자는 것이다. 브루나이와 중국은 비전 브루나이 2035 추진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2014년 브루나이 당국은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정부와 '브루나이-광시 경제회랑(BGEC)' 건설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이는 총 5억달러가 투입되는 인프라 건설 사업이다.

동남아에서 브루나이는 중국의 이익을 담보해줄 수 있는 전초기지다. 말레이시아ㆍ인도네시아와 달리 브루나이의 정치는 민족ㆍ종교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일이 없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최근 중국과 가까워지면서 반(反)중국 정서가 고개를 들었다. 국수주의 야당들이 최근의 대중 관계를 매국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인도네시아는 오래 전부터 소수지만 영향력이 막강한 중국계를 억압해왔다.

브루나이 인구의 10%는 중국계다. 이들은 무슬림이 대다수인 브루나이에서 종종 제약 받곤 한다. 서방과 유엔은 볼키아 국왕의 엄격한 이슬람 율법 적용을 강력히 비판해왔다. 그러나 중국은 인권 문제에 관한 한 침묵을 지켰다.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자간 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TPP 창설 회원국으로 이를 강력히 지지하는 브루나이로서는 대중 교역 및 투자의 중요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브루나이는 TPP가 자국 경제를 다각화하고 생명공학, 기업영농, 정보기술(IT), 고부가가치 서비스 같은 핵심 영역으로 새로운 외국인 투자를 적극 끌어들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브루나이는 지난해 세계은행의 '사업하기 좋은 나라(Ease of Doing Business)' 부문 72위로 성적이 크게 올랐다. 전년 97위에서 껑충 뛴 것이다. 세계은행은 "브루나이의 순위가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TPP 협상자들은 자유무역의 걸림돌로 브루나이에 노동권, 자유경쟁 정책이 결여돼 있음을 지적했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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