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두 남자의 도시이야기]반포, 강남 부촌으로 변신한 조선시대 물받이 '대야'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비만 오면 잠기는 상습침수구역이던 서릿개에서 초고층 아파트들의 중심지로

(사진=서울 서초구 반포동 일대 아파트단지 전경)

(사진=서울 서초구 반포동 일대 아파트단지 전경)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서울 서초구 반포동은 최근의 부동산 과열을 이끄는 진원지 중 한 곳이다. 재건축 이슈가 맞물린 서울의 대표 부촌이라 뉴스에 매일 등장한다.

하지만 오늘날의 이런 화려한 명성과 달리 과거 이 지역은 대부분 물에 잠겨있던 곳이었다. 비만오면 잠수하던 반포의 과거는 지명 자체에서 찾을 수 있다. 반포는 한자로 '盤浦'라고 쓰는데 앞에 붙은 '소반 반(盤)'자는 물받이 '대야'라는 뜻이다. 그만큼 항상 물로 가득 차 있던, 상습침수구역인 동네였음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이 반포를 '蟠浦'라고 적기도 했다. 소반이란 의미 대신 '서릴 반(蟠)'자가 들어가면 물이 사방을 서리서리 휘감고 도는 땅이란 의미다. 이 역시 '물'과 관계된 지명이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순우리말로 반포지역을 '서릿개'라고 불렀으며 이 말은 현재 반포4동에 위치한 '서래마을'이란 지명에 여전히 남아있다.

고산자 김정호의 동여도(東輿圖)에 나온 현재 반포 일대. 당시엔 반포섬, 또는 기도(基島)라 표기되기도 했다.(사진=서울시 고지도)

고산자 김정호의 동여도(東輿圖)에 나온 현재 반포 일대. 당시엔 반포섬, 또는 기도(基島)라 표기되기도 했다.(사진=서울시 고지도)

원본보기 아이콘
 
지금은 각종 예쁜 카페와 맛집으로 유명한 서래마을이지만 원래는 20여호 정도가 모여살던 아주 작은 동네에 불과했다. 동네위치도 지금과 달리 현재 '신반포 한신 15차 아파트' 근처였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조선 16대 임금인 인조(仁祖)가 당시 평안도 병마절도사 이괄의 반란을 피해 남쪽으로 도망가다가 잠시 이곳에서 신세를 진 적이 있다고 한다.

지금보다 한강 쪽에 더 가까이 붙어있던 서래마을이 남쪽 내륙으로 들어오게 된 것은 1925년 을축년 대홍수 이후다. 한강의 범람으로 수해를 입자 현재 서래마을 위치로 이주하게 된 것이다. 시대적 변화에 따라 행정구역도 수없이 변했는데 조선시대까지는 경기도 과천에 속했고 일제강점기때는 시흥군에 속했다가 1963년에는 서울 영등포구에 편입되면서 서울의 외곽 동네로 들어왔다.
이후 1970년대 한강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이 자그마한 강가 동네는 굴지의 아파트촌으로 거듭나게 됐다. 1975년에 강남구가 신설되면서 강남구 반포동이 됐던 반포지역은 1988년, 서초구가 강남구에서 분리되면서 오늘날 서초구의 중심이 됐다.

지금은 이러한 과거를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한국의 대표적 부촌으로 손꼽힌다. 특히 최근 재건축이 대부분 마무리 된 신반포 지역은 화려한 스카이라인을 자랑한다. 전국에서 비싼 아파트 순위권에 드는 반포자이,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 아크로리버 파크 등 브랜드 아파트들이 즐비한 곳이다. 또 내로라하는 학교들이 몰려있는 '강남 8학군'에 속해 있어 늘 학군 수요로 북적인다. 현대판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는 동네인 셈이다.

현재 반포의 최대 이슈는 당연히 재건축이다. 1970년대 강남 개발 이후 건설된 아파트들이 즐비한 반포본동 지역에 본격적인 재건축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 최대어로 손꼽히는 '반포주공 1단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다소 지지부진하던 사업속도가 내년부터 부활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달려가기 시작하면서 강남은 물론 전국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내이슈

  •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해외이슈

  •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 황사 극심, 뿌연 도심

    #포토PICK

  • 매끈한 뒷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마지막 V10 내연기관 람보르기니…'우라칸STJ' 출시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 용어]'법사위원장'이 뭐길래…여야 쟁탈전 개막 [뉴스속 용어]韓 출산율 쇼크 부른 ‘차일드 페널티’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