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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의 몸으로 쓰는 이야기] HEL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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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칼 융(Carl Gustav Jung)은 인간의 마음을 의식과 무의식으로 나누고, 무의식은 개인적 무의식(the personal unconscious)과 집단적 무의식(the collective unconscious)으로 구분했다. 개인적 무의식은 태어난 이후 살아가는 동안 이루어진 무의식의 층, 집단 무의식은 태어날 때부터 마음의 토대를 이루는 원초적이고 보편적인 무의식의 심층이다.

집단적 무의식은 종족적으로 유전된 것이며 개인적 경험을 초월해 누구에게나 공통되는 일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옛 조상이 경험했던 의식이 쌓인 것으로서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된 정신의 바탕이며 경향'이다. 아주 간단히 말하자면 뱀에 대한 혐오, 태양에 대한 숭배 의식 등은 집단적 무의식이 작동하는 현상이다. 심장에 대한 인식과 정서도 집단 무의식의 영역에 속한다.
심장은 곧 생명이요 영혼이다. 고대 이집트 신화에 등장하는 아누비스는 자칼 머리에 몸은 인간이다. 아누비스는 죽은 이의 심장을 저울에 달아 생전에 지은 죄의 무게를 측정하였다. 이집트인들은 미라를 만들 때 뇌와 장기를 모두 꺼냈지만 심장만은 가슴 속에 고이 남겨 두었다. 여러 민족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 인간의 심장을 제물로 바쳤다. 심장은 가장 신성한 장기였다.

호세 데 아코스타는 1520년경 페루와 멕시코 지역에서 선교사로 활동했다. 그는 아스텍 사람들의 인간 제물 풍습을 기록했다. 아코스타는 아즈텍 사람들이 태양신에게 바칠 제물을 얻기 위해 전쟁을 했고, 포로의 배를 갈라 그 심장을 바쳤다고 썼다. 멜 깁슨이 만든 영화 '아포칼립토'에 이 과정이 길게 나온다. 학자들은 여러 자료를 모아 1년에 약 2만 명이 포로로 잡혀 제물이 되었다고 분석했다.

비틀즈가 출연한 영화 'HELP!'(1965년)에서는 드럼을 치는 링고 스타가 자칫 심장을 빼앗길 처지가 되어 한바탕 난장이 벌어진다. 동양의 한 나라에서 피와 암흑의 여왕 '카일리'에게 살아있는 인간의 심장을 제물로 바친다. 제물이 되는 사람은 그 표시로 반지를 끼고 있다. 하필 링고가 이 반지를 손에 넣어 끼고 있다가 반지를 찾아 영국까지 간 제사장에게 쫓기는 몸이 된다.
비틀즈의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다. 그러나 비틀즈가 발매한 동명 앨범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9주 동안이나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지켰다. 이 앨범에 '예스터데이(Yesterday)'가 들어 있다. 한국의 중년 남성들이 노래방에 가서 폼 잡고 부르는 노래 중에 '마이 웨이(My Way)'와 쌍벽을 이루는 애창곡이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는다. 'Why she had to go I don't know she wouldn't say(그녀가 왜 떠났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 말 없이)'라는 대목에서 가슴이 탁 막힌다.

그러니 심장은 또한 사랑이기도 하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에로스가 사람의 심장에 황금 화살을 쏘면 이내 사랑에 빠져든다. 그러나 납 화살을 맞으면 사랑을 거부한다. 하트(♡)를 화살이 꿰뚫은 디자인은 사랑의 상징이다. 영국의 의사 윌리엄 하비가 1628년 '동물의 심장과 혈액의 운동에 관한 해부학적 연구'라는논문에서 심장이 혈액을 순환시키는 펌프라는 사실을 밝혔지만 우리는 여전히 심장의 지배를 받는다.

문화스포츠 부국장 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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