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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천의 막전막후] 정윤회, 최순실, 정유라…그리고 진실

최종수정 2017.05.31 14:25 기사입력 2017.05.31 11:10

박관천 본지 편집국 전문위원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 최순실의 딸인 정유라(유연으로 개명)씨가 결국 한국으로 돌아왔다. 2016년 8월 유럽으로 도피한 지 10개월만이다. 검찰에 체포된 그가 어떤 말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국정농단 사태의 가장 큰 수혜자로서 진실을 털어놓기를 많은 국민들이 바라지만, 애당초부터 진실을 기대했다가는 헛물만 켜는 꼴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는 이제 겨우 21살,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수사가 시작될 때 20살 이었고 어릴 때부터 위세당당했던 어머니 덕(?)에 온갖 특혜를 받고 자랐다.

 

흔히 부모를 보면 자식도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아버지 정윤회, 어머니 최순실로부터 무엇을 보고 배웠을까. 자신의 특혜에 이의를 제기하던 친구들에게 '돈과 배경도 능력이니 니네 부모를 원망하라'며 막말을 퍼부었던 그다.

 

필자는 정유라가 금메달을 딴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이 끝난 후 정윤회씨와 통화를 했다. 기분 좋은 분위기(?)를 빌어 정유라의 승마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서 제기 된 심판 기획수사, 클리닉(마장대회 판정 후 심판과 선수가 비디오를 통해 조언하는 과정) 생략 등의 의혹을 전해주기 위해서였다. 그 해 초 정씨가 정유라 지원에 소극적이던 현명관 마사회장을 불러 식사하면서 면박을 줬다는 사실도 알고 있던 터였다.

 

하지만 정씨의 예상 외 반응에 정작 전하고자 했던 말을 하지 못했다. 그는 5살부터 엉덩이가 짓무르게 훈련한 유망주를 심판 등 나쁜 사람들이 음해하고 있다고 소리쳤다. 체육전문가인 노승일 씨가 정유라의 해외 전지훈련을 지켜 본 소감과는 정반대 의견이다. 자신과 가족들의 행동이나 도덕성에 대한 반성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

최순실은 어떤가. 정유라의 덴마크법원 항소철회에 따른 국내송환이 발표되기 하루 전 그는 "국가가 정유라를 블랙머니의 장본인으로 몰아가 20대 초반 한 여성의 영혼을 죽게 하고 육체만 남아있게 했다"고 울부짖었다. "고등학교마저 잘리고 국제대회에도 못나가게 해 희망과 꿈을 다 지웠다"고 외치면서 "(이런식의 조사라면) 대한민국 체육특기생 전체가 다 걸릴 일"이라고 남탓을 했다.

 

한국 송환결정이 발표 된 29일에는 "유연이는 삼성 말 한번 잘못 빌려 탔다가 완전히 병신이 됐다. 딸을 협박하지 말라"고 했다. 뜨거운 모정이며 딸을 망친 장본인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듯이 보였다.

 

부모 외에 또 다른 한 명, 정유라에 조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귀국 후 변호를 담당할 것으로 알려진 이경재 변호사다, 그는 2014년 말 정윤회 문건 사건 때 정씨를 변호했고, 지난 3월 국정농단 장본인 최순실을 대변해 공식기자회견까지 한사람이다. 정윤회가(家)와 인연이 대단해 보이는 가운데 입국예정인 정유라에게 수사를 대비해 훈련까지 도왔다는 말도 들린다. 그런 이 변호사가 정유라에게 진실을 말하도록 조언하지는 않을 것 같다. 송환과정에서 범죄 혐의자라고는 볼 수 없는 환한 미소를 보였던 그녀도 자신을 자책하기 보다는 엄마, 삼성 등 남탓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18세기 프랑스의 계몽주의 철학자 볼테르는 진실과 관용의 가치를 주장하면서 인간이 거짓을 말하고 행동할 때 순간적으로 유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억측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실은 마음을 편하게 할 뿐만 아니라 긍정의 에너지를 공급하며 관용과 사랑을 불러 일으킨다고 말했다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지만, 정유라의 고해성사를 기대해 본다. 그래야만 대한민국의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를 분노케 했던 당사자로서 그나마 관용을 바랄 수 있다.

 

 

박관천 전문위원 parkgc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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