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은 역대 권력의 불편한 진실이었다. YS정권 때 김현철, DJ정권의 '홍삼트리오', 노무현정권의 노건평, MB시절 이상득 등등. 비선의 절정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대통령직에서 파면당하게 한 최순실이었다.
양귀비꽃을 닮은 비선. 어떻게 하면 마약이 아니고 훌륭한 약재가 될 수 있을까? 간단하다. 비선을 공조직화해 국정운영에 도움을 받으면 된다. 마치 양귀비를 마약류로 분류해 관련 법규를 통해 사용용도를 엄격히 제재할 경우 훌륭한 진통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공식조직에 들어오는 순간 비선은 더 이상 비선일 수 없고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대해 의무감을 가지고 역사와 국민앞에 책임을 지는 참모로 변할 수 있다.
과거 필자는 정윤회씨를 만나 "외곽에서 대통령을 도와주시는 것 보다 차라리 공식조직에서 직함을 가지고 하면 좋을 듯하다"고 권유를 한 적이 있다. 실무경험자로서 비선에 의존 할 경우 우려되는 대통령 국정운영의 난맥상을 막고자 하는 생각이었다.
양귀비 꽃도 관리만 잘하면 훌륭한 약재가 될 수 있듯 비선은 대통령이 국민 앞에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한다는 선서하는 순간 없어져야 할 유령이다. 유령을 무대위에서 퇴장시킬 것인지 아니면 달콤한 귓속말에 의존할 것인지는 당선자의 몫이다.
최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공판에서 조원동 전 경제수석이 박근혜 정부의 참담한 실패 원인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어느 정부나 실세가 있었지만 유독 박근혜 정부에서는 그 실세가 드러나지 않는 비선이었다는 점이다." 조 전 수석의 지적이 무슨 의미인지 헤아려야 한다.
박관천 전문위원 parkgc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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