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이 불편한 것은 그 치부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꼭꼭 숨겨 두었던, 그래서 좀체 제 모습을 알 길 없던 민낯이 드러나는 순간을 목도하는 건 마냥 즐거운 일이 아니다. 진실을 감춘 이든, 이를 파헤친 이든, 그저 그냥 지켜보던 이든간에 마찬가지다. 우연한 발견이 운명적이라 느낄 때 외치는 세렌디피티와는 사뭇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참사 다음해 첫달을 '2014년 13월'로 지칭했던 것처럼 지금은 '2014년 40월'에 다름아니다.<본지 2015년 1월13일자 30면 '2014년 13월에 부쳐' 참조> 가슴에 사랑하는 이들을 묻은 가족들은 절망 속에서 그 기나긴 36개월을 버텼다. 뭍으로 올라온 세월호를 보면서 가슴은 다시 먹먹해진다. 세월호가 완전히 뭍으로 올라온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 미수습자 발견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애가 타는 것은 미수습자 가족 뿐 아니라 대다수 국민의 심정일 것이다.
참사 3년, 세월호는 뭍에 남은 사람들에게 긴 침잠(沈潛)의 시간을 남겼다. 하지만 미안함과 함께 처절한 반성과 자숙의 계기로 삼아야 할 그 침잠의 시간이 어느 순간부터 무뎌지고 있다. 혹자는 지겹다고 한다. 그러니 이제 그만 하자고도 한다. 이른바 태극기집회에 나섰던 모 인사는 세월호 인양에 대해서 "바닷물에 쓸려갔을지 모르는 (미수습자) 그 몇 명을 위해서 수천억원을 써야겠냐"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제2의 세월호를 막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은 불편하더라도 진실과 마주하며 국민 모두가 기꺼이 처절한 자기 반성을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렇지 않고서는 지금의 '2014년 40월'은 2014년 50월로 또 70월로 이어질 것이다. 다시 시간을 돌려야 할 때다.
김동선 기획취재부장 matthew@asiae.co.kr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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