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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의 도시이야기]대치동, 권력이 주무른 금싸라기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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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사고팔기 되풀이
1년반새 정치자금 18억 모아
50층 고집하는 은마아파트
재건축 신화 재현 꿈꾸나


1981년 대치동 인근 탄천 일대. 당시 양재 유수지 배수펌프장 준공식에 참석한 서울시 공무원들이 탄천 일대를 둘러보고 있다.

1981년 대치동 인근 탄천 일대. 당시 양재 유수지 배수펌프장 준공식에 참석한 서울시 공무원들이 탄천 일대를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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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역대 서울시장 가운데 가장 많은 일을 벌였다는 평을 듣는 김현옥은 1970년 1월말 도시계획과장으로 있던 윤진우를 불러 헬기를 타고 강남 일대를 돌아봤다. 1963년 강남 일대가 서울에 편입됐지만 아직 허허벌판이나 논ㆍ밭으로 있을 때였다. 김 시장은 "어느 지대가 발전가능성이 있는지 판단해보라"고 했다.
늦은 저녁 복귀한 김 시장 일행은 곧바로 박종규 경호실장을 찾아갔다. 박 실장은 김종필ㆍ이후락과 함께 박정희정권의 3대 실권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박종규는 둘러본 지역 중 가장 장래성이 있고 투자가치가 있는 곳을 물었다. 윤이 "탄천을 경계로 그 서부지역 일대"라고 답하자 박은 "그럼 그쪽을 사모으지"라고 했다. 대치동을 중심으로 한 강남구 일대다.

윤은 출처를 알 수 없는 돈으로 땅을 사 모으고 땅값이 오르면 되팔아 정치자금으로 바치기로 했다. 같은 해 부임한 양택식 시장은 대치동과 삼성동, 학동 일대를 아우르는 영동2지구를 중심으로 한 남서울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상공부 신청사 계획 등이 뒤따랐고 땅값은 치솟았다.

이런 식으로 1년 반이 채 안 되는 기간에 18억원 가량이 정치자금으로 흘러들어갔다. 지금 돈으로 따지면 수천억원에 달하는 가치다. 윤의 뒤를 이어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을 맡은 고 손정목 서울시립대 명예교수의 회고다.
대치동 일대 벌판을 어떤 이유로 투자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는지는 불분명하다. 어쨌든 대치동이 지금의 모습으로 변모한 데는 권력의 입김이 적지 않게 작용했다는 것만 짐작할 뿐이다.

당시 윤이 처분하고 남은 땅 가운데 20만㎡(6만평) 정도가 공화당 재정위원장을 지낸 김성곤 쌍용 창업주에게 갔다. 안 팔리고 남은 쓸모없는 저습지에 가운데는 돌산이 있었다고 한다. 이후 제방이 쌓여 쓸 만한 택지가 됐고 쌍용건설은 돌산에서 난 골재를 활용했다. 건설경기 붐으로 골재값이 치솟을 때였다. 지금의 쌍용1ㆍ2차아파트는 그렇게 생겨났다.

대치(大峙)라는 지명은 조선시대까지 자연부락 7, 8개 마을이 있었고 그중 고개 밑에 있던 한티마을에서 따온 것으로 전해진다. 한티를 한자로 쓴 것이다. 2000년대 들어서도 큰 비가 오면 거리가 물에 잠기곤 했는데 과거에도 비슷했다. 탄천이나 양재천이 범람해 물에 잠기기 일쑤인 탓에 옛날 이곳 사람들은 우면산 끄트머리에 있던 쪽박산이 없어져야 마을이 부자가 된다고 믿었다고 한다.

1970년대 정태수가 이끄는 한보주택이 은마아파트를 지으면서 부자마을 미신은 현실이 됐다. 80년대 시대상을 그린 드라마에서 목돈이 생긴 이에게 이웃이 "아파트나 한 채 사라"고 권하는 장면이 있다. 바로 그 아파트다. 부동산시장을 들었다 놨다하는 게 강남 재건축이라면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리는 게 바로 은마다. 말단 공무원 출신 정태수 회장을 재벌 반열에 올려놓은 발판이기도 하다.

은마아파트 소유주들은 초고층 아파트로 재건축하겠다는 밑그림을 내놨다. 서울시가 35층 이상은 어렵다고 꿈적 않고 있지만 주민들은 49, 50층 정도는 돼야한다고 맞선다. 도시 미관이나 건축물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35층이 적합할지, 50층이 효율적인지는 판단이 안 선다. 다만 50층으로 짓는다면 더 많은 돈을 손에 쥘 이가 있을 것이란 예상은 확신한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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