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안락해보이던 여정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뒤틀린다. 아이 엄마가 사고 흔적을 살피려고 차 밖으로 나온 사이 차문이 잠기고 아이 홀로 갇힌다. 엄마는 갖은 수를 써보지만 요지부동이다. 자동차가 너무 똑똑해서 아이를 극한 상황으로 내모는 아이러니. 영화는 묻는다. 인공지능은 인류의 친구인가. 자동화 기술은 절대 선인가.
실속은 조종사들에게는 기본 상식이다. 그런데도 사고를 피하지 못한 까닭은? 기계 결함? 불운해서? 비행기 조종사이자 작가인 윌리엄 랑게비쉐는 이렇게 추정했다. "조종사들이 컴퓨터에 의존하지 않고 고고도에서 비행기를 수동으로 조종해본 경험이 적었던 것 같다." 비행 기술이 발전하면서 조종사의 비행 감각이 퇴보하는 아이러니.
분명한 사실은 자동화 사회에서는 사소한 실수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우리는 스마트폰 덕분에 자잘한 일정을 놓치지 않고 내비게이션이 있어서 길을 헤매지 않는다. 하지만 자동화 사회에서는 큰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오히려 높아진다. 스마트폰을 분실하면 '멘붕'에 빠지고 내비게이션 없이는 길을 나서지 못하는 것처럼.
그것이 '자동화 사회'든 '지능화 시대'든 '인공지능 세상'이든, 유토피아를 꿈꾸는 4차 산업 혁명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문제는 그 혁명의 중심에 무엇을 두느냐다. 기술? 돈? 실은 인공지능을 설계하는 것도 인간이요, 자동화의 혜택을 누리는 것도 인간이며, 예상치 못한 사고와 맞서는 것도 인간이다.
인공지능이 제아무리 똑똑해도 감정이 없다는 것은, '인간다움'이야말로 진정한 가치임을 역설한다. 인간의 경험과 감각을 연마하고 인간미를 잃지 않는 것, 인간이 지금보다 더욱 인간다워지는 것. 4차 산업 혁명을 마주하는 우리와 기업과 사회는 명심해야 한다.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갈림길은 결국 인간, 인간다움임을.
이정일 산업부장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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