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미사일로 세계를 정복하려던 독일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명중률이 너무 낮았다. 속도도 늦었다. 1944년 6월13일부터 1945년 3월29일까지 미사일 1만여 발을 영국에 쐈지만, 사망자는 6184명에 그쳤다. 당시 기술로 무인 미사일의 적중률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속도가 느리다 보니 영국군의 기관총과 대공포 사격에 상당수가 공중에서 사라졌다. 독일은 당시 3만 발이 넘는 미사일을 생산했다.
토마호크는 크기가 작고 지상 7~100m에서 비행할 수 있다. 방공레이더에도 잘 포착되지 않는다. 탄두에 재래식 무기는 물론 핵까지 장착할 수 있다. 무엇보다 명중률이 높다. 신형의 경우 관성항법장치(INS)나 위성항법장치(GPS) 외에 지형대형 유도방식(TERCOM), 영상대조유도장치(DSMAC) 등의 최첨단 유도체계를 활용해 반경 90m 내에서 90~95%의 명중률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1991년 걸프전을 비롯 2003년 이라크 침공, 2011년 리비아 공습과 9·11 테러 뒤 아프가니스탄 보복 공격에서 토마호크가 위력을 발휘했다. 토마호크는 미국의 군사개입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탄도미사일은 대기권 안팎으로 궤적을 그리면서 날아간다.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는 로켓과 같은 원리다. 이 역시 독일이 가장 앞서 개발했다. 지금은 대륙간을 비행할 수 있는 사정거리 1만km 이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배치돼 있다. 북한이 ICBM 기술을 확보했다고 주장할 때 미국인들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미국 본토까지 사정권에 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북한 핵실험이 이어지면서 공포감은 극대화 되고 있다.
한미연합훈련인 독수리훈련(FE) 일환으로 지난달 한반도 해상에 진입했던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는 호주로 이동하다 말고 다시 한반도 쪽으로 항로를 급히 돌렸다. 일본 요코스카에는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배치돼 있다.
북한 핵실험을 중단하라는 무력시위일 가능성이 크지만, 만약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TV를 통해서만 본 토마호크 발사가 한반도 주변에서 벌어져서는 안 될 일이다. 어쩌면 미국을 이만큼 흔들어 놓은 것만으로도 북한은 이미 목표를 달성했을 수 있다. 남은 것은 상황을 급반전시킬 전격적인 대화일테다.
조영주 경제부 차장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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