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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자영업자①]20년간 장사했는데 빚만 4억…"그동안 왜 돈 못 벌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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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간 식당 외길 인생…지금도 대출 걱정
자영업은 살얼음판…사스·메르스 등 예상치 못한 악재로 매출 곤두박질
식재료는 소비자價 45% 차지할만큼 오르고, 월세는 1900만원인데 언제 돈 버나
"먹고 살고 있음에 감사…빚 없이 죽는 게 원"

[벼랑 끝 자영업자①]20년간 장사했는데 빚만 4억…"그동안 왜 돈 못 벌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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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장사 23년 만에 지금처럼 힘든 때도 없어요. 대출은 그동안 장사하면서 조금씩 갚아나가면서 줄였는데 지난해 노후된 가게를 리모델링을 하면서 새로 생긴 빚과 남은 빚이 총 4억원입니다. 계속 대출금리도 오르고 있는데 어떻게 갚아나가야할지 캄캄합니다."

여의도에서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불황에 청탁금지법에 최순실 사태로 나라마저 시끄러워지면서 외식경기도 엄청 안좋아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가 운영하는 고깃집은 한우 전문점임에도 불구하고 메뉴 대부분이 수입산이었다. 한우를 판매했었지만 지난해 9월28일 이후 손님들이 값비싼 한우를 주문하지 않자 고육지책으로 2만9900원에 수입산 생등심을 무한으로 먹을 수 있는 '무한리필'을 내놨다. 지금은 손님들이 이 메뉴만 찾아 자연스럽게 무한리필이 주메뉴가 됐다.

여의도에서 '맛집'으로 통하지만 그럼에도 매출은 30%이상 줄었다. 저녁모임이 아예 사라졌기 때문이다. 간간히 터지는 구제역 이슈 등에도 매출은 롤러코스트를 탄다.

이렇다보니 20년 넘게 장사를 해도 빚은 제자리다. 여의도 시내에 100평이 넘는 대형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어 주변에서 종종 "성공했다"며 부러워하지만, 속 빈 강정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매출이 일정정도 나와야 유지가 되지만 지금은 임대료 내기에도 팍팍하다. 처음에 세들 때만해도 '과하다' 싶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매년 월세가 5%씩 야금야금 오르면서 지금은 '불합리하다'는 불만이 생길 정도로 높아졌다.

김씨는 "한 달에 월세와 관리비를 합쳐 1900만원을 낸다"면서 "별도로 건물 청소를 해주는 것도 아니고 화장실도 공용으로 쓰는 것도 아닌데 마치 관행처럼 관리비들을 내고 있어 이것만 해도 월 400만원이 든다"고 토로했다.
서울 시내의 한 식당. 점심시간인데도 자리 곳곳이 텅 비어있다.

서울 시내의 한 식당. 점심시간인데도 자리 곳곳이 텅 비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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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규모에 맞게 인력을 두다 보니 인건비도 만만치 않다. 14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데 홀 서빙을 맡은 직원에게는 200만~230만원, 주방장은 400만원씩 인건비를 주고 있어 한 달에 총 3500만원 정도가 들어간다. 불경기에 청탁금지법까지 겹쳐 구조조정이 필요한 부분이 없잖아 있지만, 함께 일하는 식구라는 생각에 야멸차게 감원을 하지도 못하고 있다.

이렇듯 고정비 부담은 크지만 음식값에는 손도 대지 못한다. 주변에 워낙 경쟁이 심해 자칫 올렸다가는 그나마 오던 손님들도 뺏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식재료 부담은 판매가의 45%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껑충 올랐지만, 메뉴판 가격은 3년 전 그대로다.

남들이 볼 때는 직원 수십명을 둔 어엿한 대형음식점 '사장님'이지만 지금도 그는 주6일 매장에서 12시간 이상씩 직접 홀을 돌며 서빙한다. 이렇게 해서 남겨가는 돈은 본인 인건비 정도다.

김씨는 "그동안 돈을 왜 못 벌었냐는데 벌만 하면 광우병, 구제역이 터지고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 예상치 못한 이슈들이 너무 많았고 이때마다 벌어놓은 돈을 다 까먹었다"면서 "그래도 이 장사를 해서 아이들을 온전하게 키워낸 것만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애들 대학 보내고 큰 욕심없이 살면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냥 여기에 감사합니다. 최종 목표는 없어요. 아내와 얘기하기를 '빚없이 죽자'는 게 우리 부부의 목표입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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